ADVERTISEMENT

「유럽사회과학이론」수용 열기|국내학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국내 사회과학계에 유럽의 새로운 이론들이 활발히 검토·수용되고 있다.
최근의 소련·동구 등 사회주의권 변화와 함께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표적 이론은 「과학기술 혁명론」과「포스트모더니즘의 사회과학적 수용」「조절이론」등 세 가지.
이들 이론은 사회주의권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도입, 자본주의권의 급격한 발전등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현대사회의변화를 반영한 연구성과들로서 기존의 서구중심 실증주의와 사회주의 마르크스 이론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최신 사회과학 이론으로 평가되는 이들 이론은 이미 서구 학계를 풍미하고 있는 중요한 연구방법으로 국내 학계에는 지난해 말부터 논의되기 시작, 소장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국내 사회과학계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이들 이론들을 소개한다.
◇과학기술 혁명론=마르크스 이론에 기초하고 있는 사회주의국가, 특히 소련에서 발전된 이론.
이 이론은 70년대 소련에서 관심을 모았던 이론인데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이론의 내용이 정반대로 바뀌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즉 페레스트로이카 이전까지의 과학기술 혁명론은「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계급이 늘어나게 되며, 이는 곧 자본주의 몰락이다. 반면 사회주의에서 과학기술혁명은 급속한 생산력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식으로 자본주의 몰락을 예견하는 정통 마르크시즘적 이론의 하나였다.
그러나 80년대까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사회주의국가보다 자본주의국가에서 더욱 활발히 진행되자 과학기술 혁명론은 반대로 수정됐다. 즉「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주의국가보다 자본주의국가에서 더 큰 사회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사회주의경제체제의 경직성·비효율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의 변화는 곧 페레스트로이카의 학문적 배경으로 작용했으며, 새로운 과학기술혁명론은 사회주의권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인 동시에 현대자본주의 발전을 분석하는 틀로 학계의 집중적 관심을 끌게됐다.
국내 학계에서도 지난해말 동구개혁과 함께 이 이론이 관심을 끌기 시작, 학술잡지 등에서 특집으로 다뤄져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사회과학적 수용=「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이란 용어 자체는 이미 새로운 문예사조로60년대부터 서구 지성계를 사로잡아 왔던 문예이론. 국내에서도 80년대 중반이후 주로 문학·미술·음악 등 예술계에서 활발히 논의돼왔다.
최근 이 이론은 인간보다 사회 전체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회과학계에서 새로운 연구방법으로 모색되고 있다.
문예이론으로 출발한 포스트모더니즘이란「탈 현대」로 해석되듯이 현대서구사회의 기본 틀인 합리주의·과학지상주의에 대한 반발로 획일적인 가치체계를 부정하며 인간개개인 감성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즉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에 기초한「보편성」이란 과학적 법칙보다 인간의 주관과 개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사회과학의 연구방법으로 수용될 수 있는 것은 최근의 사회가 포스트모더니즘 적 사고방식에 따라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
유럽·미국 등 서구사회과학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미 확고한 연구방법으로 정착했으며,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해 오는 2학기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 과정에「포스트모더니즘의 사회학」이란 강좌가 최초로 개설된다.
◇조절이론=조절이론(Regulation Theory) 또는 조정이론·규제이론으로 불리는 사회과학 이론으로 주로 경제학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60년대 프랑스에서 나타나기 시작, 최근 서구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이론은 마르크시즘적 개념에 실증주의적 연구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마르크스 이론 중 「생산양식」이란 개념 대신「조절양식」이란 개념을 채택, 조절양식의 발전을 곧 역사의 발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80년대 중반이후 유럽유학에서 돌아온 경제학자들의 소개로 논의가 시작돼 최근 소장경제학도들의 그룹 스터디 등을 통해 국내학계에 확산되고있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