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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만의 대좌… 남북,고위예비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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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측 「예상외 합의」에 서로 치하/“분단국 피하자”… 회담성사 다짐/「유엔공동가입」 주장 한때 긴장
○…남북고위회담 예비회담이 열린 3일 판문점 회담장에는 서울과 평양에 주재하는 외신기자등 1백50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이 운집.
지난달 부임한 소련의 타스통신 평양지국장 블라디미르 나다슈케비치씨는 그의 전임자 알렉산드로 제빈이 평양비판기사와 관련해 추방됐다는 보도에 논평을 요구받고 『그것은 5년 임기를 채우고 귀임한 과정에서 일어난 우연이었다』고 대답.
그는 이어 한소 정상회담에 대해 『잘 알고있으나 시간이 짧아 많은 얘기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수교전망에 대해 『물론 양국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언제 어떻게 이뤄지는가가 문제』라고 피력.
타스통신 평양지국의 현지채용기자인 김영남씨는 한소 수교에 관해 『소련일은 잘 모르겠다. 당대회가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짧게 언급.
○…5개월여만에 다시 만난 남북대표들은 날씨,동서독통일,7ㆍ4공동성명등을 화제로 10여분간 가벼운 대화를 교환하고 인사.
우리측 송한호수석대표는 새로 교체된 우리측의 최선의(청와대비서관) 신성오대표(외무부정보문화국장)를 소개한 뒤 신임장을 북측 대표에게 전달.
이어 백남준 북측단장이 먼저 『남쪽은 비때문에 피해가 있다던데 어떠한가』라고 물어 우리측 송대표가 『약간 많이 내렸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고 대답하자 백단장은 『금년에는 평양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고 했다.
북측의 최우진대표(외교부국장)는 우리측 신대표에게 『우리는 통일후는 물론 통일전이라도 국제무대에서 함께 일하게 될 동업자』라며 『지난번 김삼훈대표와는 발이 잘 맞았는데 앞으로 우리도 발을 잘 맞추도록 하자』고 해 웃음.
○…양측대표는 이날 회담이 7ㆍ4공동성명 18주년 하루 전날 열린 것을 의식,하루빨리 통일실현을 위해 공동노력을 하자고 다짐.
북측의 백단장은 『7ㆍ4공동성명발표당시 같은 해 서독 기본협정이 발표돼 세상사람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었다』고 상기시키고 그러나 동서독과 남북예멘이 통일을 이룩했지만 우리는 해놓은 일이 너무 적다고 피력.
우리측 송대표도 『7ㆍ4공동성명당시 일반 국민들은 물론 이산가족들도 고향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었다』며 『이번에 우리가 고위급회담을 성사시키면 남북한 관계도 잘될 것』이라고 희망을 표시.
송대표가 『대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의하자 백단장은 『똑같은 생각』이라고 공감을 표시.
○…회담에선 동서독및 남북예멘통일에 대해 서로 많은 대화가 있었는데 송대표는 『대화가 중단된 지난 5개월간 독일과 예멘의 통일이 이뤄졌다』며 『우리만이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게되는 불행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
그는 이어 『7ㆍ4공동성명당시 서울에 와있던 서독 내독성의 국장이 동서독보다 남북한통일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며 부러워했다』고 술회한 뒤 그러나 현재는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언급.
이에대해 백단장은 『우리도 자주적으로 하면 그쪽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며 『대화성과가 없어 민족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며 『회담진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응답.
○…백남준 북측 단장은 기조 연설에서 한소 정상회담ㆍ팀스피리트훈련ㆍ유엔가입문제 등 의제외 발언을 북측의 종래입장대로 되풀이해 한때 긴장.
백단장은 『남측이 민족내부문제를 밖에 들고 나가 그 누구에게 청탁하는 것은 민족의 통일지향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 문제에 대한 납득할만한 남측의 대답이 없는 것은 유감』이라고 비난.
그는 또 『남측의 유엔동시가입 또는 단독가입노력은 나라의 분열을 고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굳이 유엔에 들어가려면 남북이 단일의석을 가지고 공동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단일의석 공동가입론」을 주장.
백단장은 이어 『팀스피리트 훈련이 계속되면 우리의 대화는 다시금 불행한 사태를 빚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고 엄포.
○…남북한대표단의 송한호대표ㆍ백남준단장은 회담이 끝난 뒤 밝은 표정으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상대측에 대해 「치하」와 밝은 회담전망을 피력.
북측 백단장은 타결감회를 묻자 『남북대화가 20여년간 열렸으나 항상 잘 돼가다가 분위기를 흐리는 일이 생겨 어느 회담도 성공한 게 없다』고 말하고 『이번에 낙착되게 돼 우리나라 통일역사의 이정표를 마련하는 계기가 돼 기쁘다』고 답변.
그는 『유엔가입문제가 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다』고 명백히 밝히고 『남측이 뒤늦게 의제문제를 양보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예비회담이 끝나면 2개월내 본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밝은 전망.
우리측 송대표도 예상보다 빠른 합의에 대해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우리측이 대폭 양보한 것이 북한측을 고무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하고 『북측이 제안한 20여항목의 합의서초안을 수용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
송대표는 또 북측이 갑자기 들고나온 유엔가입문제에 대해서도 『본회담에서 정치군사적 대결상태해소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만큼 이 문제가 언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유연한 입장을 표명.<판문점=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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