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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20만원에 날린 3천만원 집/조심해야할 채권업자 횡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백20만원 빌어 백만원 갚았어도/담보로 잡은 연립주택 강제경매
남은 빚 20만6천원(채무자측 계산) 때문에 시가 3천만원(법원감정가 2천6백만원)을 호가하는 31.53평방m의 연립주택이 강제경매에 붙여져 집주인이 거리로 쫓겨나게 됐다.
집을 빼앗기게 된 사람은 부천시 심곡동 145의3 중앙연립 102호에 사는 한영자씨(39ㆍ여) 부부.
83년4월 결혼한 한씨 부부는 도배를 하는 막노동으로 이 집을 마련하기 위해 6년전부터 월셋방을 살면서 아기까지 낳지않고 억척같이 일해 지난해4월 이 집을 1천7백60만원에 샀다.
그러나 막노동(도배일)을 하는 이들 부부의 수입이 얼마 되지않는데다 그나마 겨울철엔 일거리마저 없어 생계가 곤란할 지경이었다.
한씨는 당장 생활비마련을 위해 1월13일 부천시 송내동 H개발 대표 유모씨로부터 1백만원을 빌렸다.
상환기간은 1백일로 하고 이자포함한 원리금을 1백20만원으로 계산해 하루 1만2천원씩 갚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렇지만 일거리가 없는 겨울철이어서 한씨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되자 채권자 유씨는 채권확보를 위해 3월26일자로 1백20만원짜리 약속어음을 한씨에게 받아 그날자로 인천에 있는 주안합동법률사무소에서 공증까지 받아두었다.
이 당시 남은 부채는 60여만원선이었다.
그후에도 한씨가 매일매일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채권자 유씨는 이 어음을 근거로 인천지법에 빚을 받아내기 위해 경매를 신청,4월19일 인천지법은 채무자 한씨의 집에 대한 강제경매를 결정했다.
경매일은 지난달28일 오후2시였으며 한씨는 지난달 17일에야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다급해진 한씨는 지난달 24일 유씨를 찾아가 30만원을 갚고 나머지도 곧 갚을테니 경매신청을 취하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잔액규모를 둘러싸고 의견이 맞지않아 유씨가 이 요구를 거절해 버렸다.
한씨 주장은 99만4천원을 갚았으니 20만6천원만 남았다는 것인데 반해 채권자 유씨주장은 소송비용 30여만원도 갚으라는 것이었다.
한씨는 할수없이 지난달26일 법원 경매담당관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놓았지만 강제경매결정이 났기때문에 채권자의 취하서가 첨부된 「청구 이의소」를 내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이 내려져야 연기가 가능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결국 한씨의 집은 법절차를 거쳐 지난달28일 오모씨(58ㆍ부천시 송내동)에게 2천6백만원에 낙찰됐다.
법적인 하자가 전혀없다는 법원측의 일처리나 변제의무를 소홀히했다고 법에 호소한 채권자모두 잘못했다고는 할수었다.
그러나 『법을 잘 모르는 힘없는 영세민의 신세가 한스러울뿐』이라며 울먹이는 한씨 부부의 푸념 또한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인천=김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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