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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배 병원서 또 도주/경찰 29시간동안 쉬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감시경관 조는틈 환자복 입고/동생이 이불쓰고 있는척 위장/“소환장 안간 모양” 첫 공판 연기돼/대전 진술파/서울대 병원
조직폭력배의 법정증인 살해사건으로 공권력이 치명적인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구속기소중 서울대병원에 감정유치로 입원치료를 받던 대전시내 최대 폭력조직 두목이 경찰의 감시소홀을 틈타 달아났는데도 경찰이 이를 29시간이나 검찰 등 상부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쉬쉬하는 바람에 신속한 공조수사 체제확립과 범인검거에 차질을 빚었다.
더구나 범인은 달아나던 날인 15일 오후2시 서울형사지법 합의22부(재판장 강홍주부장판사) 심리로 첫공판을 받게돼 있었으나 도주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검찰이 『구치소를 통한 피고인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은것 같다』는 이유로 연기를 요청,재판부가 29일로 다음 공판일정을 잡았으나 검거되지 않을 경우 이마저 열리지 못하게 됐다.
서울대병원 4층 511호실에서 법원의 감정유치 결정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대전 최대조직폭력 「진술파」 두목 김진술씨(38ㆍ전과14범ㆍ대전시 선화동)가 15일 오전5시30분에서 6시10분사이 환자복을 입은채 달아났다.
김씨는 감시근무중이던 서울 동대문경찰서 형사계 문태봉경장(52)이 조는사이 슬리퍼를 신고 동생 김진복씨(30ㆍ보험업대리점경영)가 병실에 보관중이던 현금 1백20여만원을 갖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문경장과 함께 감시를 맡았던 김왕식경장(53ㆍ동대문서 형사계)은 『아침식사를 하러 나가고 자리에 없었다』고 자체 진상조사에서 진술했다.
문경장에 따르면 잠시 졸다가 본서에서 전화가 걸려와 깨어 보니 김씨는 달아나고 동생이 김씨 침대위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자신의 소유로 평소 동생 진복씨가 타고 다니던 대전1더7280호 그랜저승용차를 타고 달아났으며 진복씨는 사건발생 7∼8일 전부터 김씨를 간호하면서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온 것으로 밝혀졌다.
동대문경찰서는 그러나 신병지휘권을 갖고있는 검찰에 즉각 보고하지 않고 자체해결을 기도,형사계 1개반 6명을 김씨 연고지인 대전으로 급파하고 법정에 형사를 보내는 등 검거에 나섰으나 잡히지 않자 사건발생 29시간만인 16일 오전11시쯤 동대문서 형사계장이 서울지검에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시경 등 경찰상부에도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김씨가 잡히지 않자 16일오전 뒤늦게 탈주사실을 보고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김씨가 지난달 26일 감정유치된 뒤 그랜저 승용차를 병원에 대기시켜 놓고 수시로 외출까지 해온 사실을 밝혀내고 감시경관들의 비리여부와 동생 진복씨의 도주 방조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4월 대전유흥가에서 이권다툼을 하던 반대파에 보복을 하기위해 행동대원 30여명을 동원,서울 청량리 맘모스호텔에서 반대파 행동대원 3명을 납치,감금ㆍ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허벅지 상처치료 등을 이유로 4월26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서울대병원에 감정유치 됐었다.
특히 김씨는 도피과정에서 자신을 구속하게한 반대파 폭력배에 대해 보복범행을 저지를 가능성마저 높아 사건의 중대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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