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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정상맞이 바쁜 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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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축제 분위기속 「노대통령의 날」 선포/미국인도 태극기를 들고 서툰말로 “환영”/레이건 전격 면담제의로 20분간 만나/전세계 2천여 특파원 몰려 열띤 취재경쟁
○4일은 고르바초프 날
○…노태우대통령은 3일 오전 9시20분(한국시간 4일 오전 1시20분)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방미일정을 시작.
노대통령이 탑승한 대한항공 특별전세기가 공항내 특별구역에 멈추자 박동진 주미대사,박춘범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샤로테 샌프란시스코 시의전장이 기내로 올라와 기상영접을 했고,미해군 군악대가 환영주악을 연주.
노대통령은 트랩밑에서 아그노스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인사를 나눈 뒤 슐츠 전국무장관,솔로몬 미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리처드슨미국무부한국과장,벡탤사의 벡탤회장과도 인사를 나눴는데 부시 미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의 미소 정상회담결과를 노대통령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솔로몬 동아태차관보등을 특별히 파견.
아그노스시장은 노대통령에게 행운의 열쇠를 증정하고 샌프란시스코시가 이날을 「노태우대통령의 날」로 선포했음을 증명하는 증서도 전달.
샌프란시스코시는 한소 정상회담이 열리는 4일을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날」로 선포할 예정인데 이것은 샌프란시스코시가 이번 회담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입증.
○…노태우대통령은 방미 일정 첫날인 3일 오후(한국시간 4일 오전)레이건 전미대통령으로부터 전격적인 면담제의를 받고 숙소인 페어몬트 호텔에서 20여분간 만나 한소 정상회담등에 관해 논의.
레이건 전미대통령은 노­고르비회담이 개최되는 4일 아침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 조찬을 갖고 의견을 나눌 예정인데 이날 오후 갑자기 노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제의.
노대통령은 『각하께서 재직하실 때 북한의 김일성이 개방세계로 나오도록 한미 양국이 공동 노력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내가 여기 온것은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개방세계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
레이건 전미대통령은 『대통령 재직시 베를린에 가 동ㆍ서독 장벽이 허물어져야 한다고 연설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고 『한국의 통일도 동ㆍ서독처럼 빠른시간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기원.
○소,출발전 숙소로 통보
○…한소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청와대외교팀은 회담장소가 노대통령숙소인 페어몬트호텔로 결정된데 대해 안도의 한숨.
회담장소를 놓고 양측은 며칠동안 신경전을 벌였는데 처음엔 소련측이 샌프란시스코주재 소영사관으로 제의해 와 우리측이 이를 강력히 거부,페어몬트호텔ㆍ스탠퍼드대학ㆍ미술박물관 세장소를 후보지로 제시해 이중 한곳을 선택하도록 소련측에 통보했다는 후문.
우리측은 서로 상대방이 유리한 장소가 아닌 중립적인 제3의 장소가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세곳을 제시한 것인데 뜻밖에도 소련측이 페어몬트호텔을 서울출발 바로직전 통보해 왔다는 것.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후에 노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사이에 합의사항을 공동선언 형식으로 발표할 것을 목표로 추진중이나 성사여부는 불투명할 전망.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공동선언이란 서로 실무선에서 자자구구에 대한 합의가 있고 정상회담에선 추인이 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이번 회담은 전격 성사된 데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부시와의 정상회담으로 너무 바빠 사전실무합의가 어려웠다』고 배경을 설명.
이 관계자는 『소련 같은 초강대국 대통령의 선언은 자구 하나하나에 대한 실무자들의 검토를 거치지 않는 한 발표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회의적 관측을 하면서도 『회담결과에 대해 문서로 근거를 남기기 위해 최대한 노력중』이라고 우리측 희망을 표명.
○반정부단체 비난 시위
○…노대통령의 숙소인 페어몬트호텔앞엔 3일 오전부터 한 교포가 조직한 환영단의 환영시위와 반정부단체들의 비난시위가 동시에 열려 구호가 시끄럽게 뒤섞이는 속에 분단의 현실을 다시 실감.
환영시위대는 태권도7단으로 20년전 도미,「정수원」이란 무술을 개발 보급하고 있는 교포 김태정씨(45ㆍ여)가 조직한 것으로 관원 50여명이 『대한민국 만세』 『노태우환영』 『남북통일』등의 구호를 제창. 거의 전부가 미국인인 이들은 아침 7시부터 호텔 길건너 인도에서 태극기와 미국국기를 흔들며 김씨의 선창에 따라 서툰 발음으로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로스앤젤레스의 반정부단체 「한청련」과 이곳 샌프란시스코의 반정부인사 40여명도 이날 10시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사물놀이에 핸드마이크를 이용,반정부구호를 외치며 소란스러운 반대시위.
양쪽 시위대는 미국무부 지시에 따른 시경찰측의 외교구역 선포를 이유로 낮 12시쯤 모두 인근 헌팅턴공원으로 이동했는데 반정부시위대의 대변인이라는 정민씨(35ㆍ엔지니어)는 이 지역이 외교구역으로 선포된 데 대해 『우리 민족의 대통령이 이런 대우라도 받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처단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순된 태도.
○각기관 홍보 열올려
○…한소 정상회담을 맞는 샌프란시스코는 완전히 축제분위기에 젖어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내에서보다도 미국인에게 인기있는 고르바초프 소대통령과 한국의 노태우대통령이 동시에 이 시를 방문,역사적으로 첫 한소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자부심 때문.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이번 한소 정상회담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사로 샌프란시스코가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는 호기로 보고 시청뿐 아니라 각기관이 모두 동원된 듯한 홍보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지난해 10월 대지진으로 위축된 관광사업이 희생될 수 있고 인근 로스앤젤레스에 가려 잊혀지는 듯한 세계3대 미항으로서의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이같은 열광은 83년 영엘리자베스여왕,87년 바오로교황의 방문때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 시민들의 얘기.
○외교공관으로 특별경호
○…미국무부는 노대통령이 묵고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호텔을 「외교공관」으로 설정,유사시 즉각적인 법집행이 가능토록 했다.
외교공관으로 설정됨으로써 연방기관원들은 호텔측의 승인없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비밀경호책임을 맡고있는 리처드 맥드류씨는 이 호텔에 묵고 있는 노대통령이 「보호할 사람」이기 때문에 외교공관으로 설정되었으며 비밀경호원외에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호텔외곽을 삼엄히 경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에서는 노대통령과 한국측 수행원및 고르바초프 대통령수행원들이 묵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소련영사관저에 묵고 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보건국은 2대의 특별앰뷸런스를,동원,한대는 노대통령을,또한대는 고르바초프일행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페어몬트호텔은 3일 노대통령 도착직후부터 시경찰및 비밀경호요원들이 호텔입구에서부터 요소요소에 배치됐고 이날 낮에는 미측요원들이 경호견을 사용,엘리베이터까지 안전 체크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등 삼엄한 경계태세.
시측은 이날 호텔앞에서 반정부단체시위가 오전10시30분부터 열리자 낮12시쯤 호텔지역이 「외교구역」이기 때문에 구역 1백야드 이내에서는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에 따라 시위대를 인근 헌팅턴공원으로 강제이동시키는 등 최선의 예우.
○…한소 정상회담으로 열광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한소 정상회담장소로 왜 이곳이 선택되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표명.
이곳 현지언론들과 많은 시민들은 고르바초프가 시베리아등 극동개발에 대한 그의 관심을 극대화시키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고르바초프가 워싱턴에서 부시대통령과 미소 정상회담을 마친후 미네소타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 비즈니스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
이는 고르바초프와 이곳 미서부지역기업인들과의 오찬회동은 기업의 유명도 보다는 소련 경제재건에 공헌할 기업들만을 골랐고 참여인원을 늘리기 위해 부인동반까지 거절한데서 드러나고 있다.
고르바초프와의 점심에 초대된 기업들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ㆍ휴렛패커드ㆍ셰브론ㆍ애플 컴퓨터등 2백개회사 회장ㆍ사장등이다.
이와 관련,이 모임을 기획한 헤르오르배리안 준비위원장은 『이 모임이 완전 비지니스 점심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이들 기업들에 극동과의 무역을 확대토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소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는 세계 4백개 언론기관에서 약 2천여명의 특파원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
이들은 노대통령이 묵고 있는 페어몬트호텔 지하2층 그랜드볼룸에 마련된 임시프레스센터에 들러 한소 두정상의 일정을 체크하고 특히 한국과 소련기자들을 만나면 회담전망을 묻는등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임시 프레스센터는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홍보회사 PBN이 무료봉사로 운영하는 것으로 책임자인 캐서린 루이스여사(PBN 매니저)는 『이번 회담이 샌프란시스코와 미국에 또 하나의 역사를 창조하는 사건이고 세계언론인들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에 PBN이 무료봉사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프레스센터에는 PBN직원 60명과 자원봉사자 20명이 각국의 취재기자들을 돕고 있고 AT&T,퍼시픽 벨등이 전화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국의 현지신문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한소 정상회담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소 정상회담이 발표된 후 연일 이를 보도했고 회담전날인 3일엔 샌프란시스코의 표정을 보도하며 두 정상의 일정가운데 노­고르바초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가장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현지신문인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는 3일 1면 상단에 노대통령의 사진을 싣고 「노­고간의 회담 한국인들의 희망을 자극」이란 제목의 전면분석기사를 게재했다.【샌프란시스코=본사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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