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사(史.事) 산책'인가 … 이원복 교수의 말

중앙일보

입력 2006.09.25 04:49

업데이트 2006.09.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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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 만화를 통해 역사와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하는 만화가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 김형수 기자
"제가 느끼는 한국 사회의 편협하고, 편파적이고, 폐쇄적인 면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다른 나라는 다 뛰고 있는데 우리만 갈등과 분열 속에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서요."

'국민 만화가'이원복(덕성여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25일부터 매주 월요일 본지에 '이원복의 세계사(史.事)산책'을 싣는 이유다. 1200만 부가 넘게 팔린 초베스트셀러 '먼나라 이웃나라'(전12권)로 교양만화라는 새 장을 개척한 그다. 이번 연재는 제목이 독특하다. 역사(史)와 일(事)을 동시에 썼다. 세계의 역사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함께 통찰해 본다는 의도다.

"오늘 일어난 일은 내일의 역사가 되지요. 그런데 역사는 반복됩니다. 저는 어제의 역사를 통해 오늘 일어난 일을 분석함으로써 내일의 희망을 설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거든요."

그가 '역사를 통한 세상 읽기'를 시작한 것은 독일 유학 시절이었다. "1975년 독일에 처음 갔는데 어딜 가나 '이 집은 유명한 소설가가 살던 곳이었다' '이 거리에서는 10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하는 설명이 일일이 적혀 있더라고요. 그렇게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는 제겐 경이로운 충격이었습니다. 도로를 넓히는 데 방해된다며 독립문을 옮겨버리던 당시 국내 현실과 비교되면서 더욱 그랬죠."

그때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세계사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세계사를 모른 채 한국사만 따로 떼어 배우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3.1운동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세뿐 아니라 당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민족'이라는 말이다. "민족이라는 말은 영어 '네이션(nation)'에서 온 말입니다. 네이션의 의미는 국민도 되고, 국가도 되고, 민족도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자만심과 배타심이 결합되면 분쟁의 씨앗이 되지요. 민족은 모든 것을 앞서는 신성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정치가들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민족 감정을 들먹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최근 국내의 '민족 과잉' '이념 과잉'의 상황에 대해서도 "혈족주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되며 열린 민족주의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저는 미국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국을 어떻게 제대로 보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아닐까요. 미국을 얘기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은 미국을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50개의 나라가 뭉친 연합국이거든요."

그는 지금까지 '먼나라 이웃나라' '가로세로 세계사' 등을 그리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모은 자료와 느꼈던 점을 모두 녹여내 시의적절하게 지면에 반영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뭘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죠. 제 만화를 통해 세상과 역사를 보는 눈이 넓어진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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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모 기자<hyung@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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