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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전선 알부자' 레저 최강도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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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한전선 그룹은 외환위기때 빛을 더 발했다. 대우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쓰러졌지만 대한전선의 힘은 이 때 더 강해졌다. 1980년대부터 전선제품의 해외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수출 비중을 늘린 덕을 크게 봤다. 97년 초 내수판매로 들어온 어음이 부도가 많이 나자 경영진은 수출비중을 50%이상으로 높였다. 외환위기로 환율이 치솟았고 수출대금으로 들어온 달러는 대한전선을 돈방석에 앉게 했다. 수익금도 갑절로 늘었다. 이 돈으로 대한전선은 국가 발행 채권은 매입하고 고금리 예금으로 현금을 묻어뒀다.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은 "나라가 망하지 않는한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을 휴지조각이 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의 현금 동원력은 재계에서도 알아준다. 외환위기 당시 모아둔 현금이 밑거름이 됐다. 사내 유보금이 8000억원에 이르고 회사 신용이 좋은 만큼 언제든지 2조원 가량의 돈을 동원할 수 있다고 한다. 돈이 많이 쌓였지만 대한전선은 구조조정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사업실적이 부진한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는 과감히 사업을 접었다. 주력인 전선사업의 수익이 갈수록 줄자 회사는 노조의 협조를 구해 임금제도를 바꿨다. 90년대 후반부터 정체기에 들어선 전선업 분야의 시장상황과 경영실적을 노조에 충실히 설명하자 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안했다. 직무에 따라 일정 연령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는 2003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대신 기존 57세였던 정년은 59세로 늘어났다. 또 노사는 2005년 종업원지주제를 도입에도 합의했고 회사는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주식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 임 사장은 "서로 절실해야 통하는 법"이라며 "임금피크제 도입은 모든 임직원이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83년 가전사업 매각 이후 전선 사업 내실화에 힘을 쏟았던 대한전선은 요즘 '사업다각화와 글로벌 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다. 레저와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2년 1500억원에 사들인 무주리조트는 인수 당시보다 매출이 50% 이상 늘어 흑자 궤도에 올랐다. 임 사장은 "리조트단지를 새로 만들라면 못 했을 것"이라며 "리조트 자체의 실적도 좋지만 운영과 단지 설계의 노하우를 쌓은 것이 가장 큰 경영 소득"이라고 말했다. 무주리조트 운영의 성공에 힘입어 대한전선은 전북 무주군과 손잡고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0년간 약 2조원이 들어갈 대규모 사업이다. 개발부지만 250만평에 이른다. 6월에 필리핀 업체와 손잡아 휴양지인 세부에 호텔과 골프장을 포함한 종합 레저타운을 건설하는 사업도 진행중이다. 해외여행이 늘고 있는 만큼 해외레저 단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2004년에 인수한 쌍방울은 올해 초 '트라이브랜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났다. 2004년 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이 회사는 올해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임장혁 기자


■대한전선을 이끄는 사람들

김영민 이사, 강희전 대표 전략·기술개발 진두지휘

그룹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은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이다. 임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대한전선 경리부에 입사한 '대한전선맨'이다. 회장 비서실장과 경영전략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외환위기 이후 그룹 사업구조를 재정비하는 업무를 총괄했다. 2004년 타계한 설원량 회장과 호흡을 맞춰 기업 인수합병(M&A)작업과 사업다각화의 기틀을 다졌다. 설 전 회장의 부인인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은 사주(社主)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룹 경영에는 직접적으로 간여하지 않는다. 양 고문은 설원량문화재단과 인송문화재단의 대표를 맡아 문화계 지원과 장학사업에 힘쓰고 있다. 다만 임사장은 그룹의 굵직한 경영사안은 양 고문에게 보고한다고 한다. 그룹 관계자는 "임 사장이 사업과 조직 관리는 맡고 양 고문은 설 전 회장의 경영이념을 그룹에 전파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설 전 회장의 장남 설윤석(25)씨는 대한전선 경영전략팀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대한전선의 주력인 전선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민 전략사업부장(이사)과 광섬유 개발 전문업체 옵토매직의 강희전 대표도 그룹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김 이사가 맡고 있는 전선사업 부문의 매출은 대한전선 매출의 40%(약 8000억원)에 이른다. 83년 입사한 김이사는 해외에 15년여 동안 머물며 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말레이시아의 초고압 전력 프로젝트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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