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연예인화 어이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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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젊은 여자 아나운서의 오락 프로그램 출연이 연예인 캐스팅처럼 돼버렸다."

"노련하고 신뢰감을 주는 아나운서가 설 자리가 좁아져 아나운서의 전문성이 훼손되고 있다."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놓고 한 아나운서가 문제 제기에 나섰다. KBS 아나운서협회장을 지낸 강성곤(44.사진) 아나운서가 그 인물. 강 아나운서가 본지에 기고한 '아나운서답지 않아야 대접 받으니…'(9월 12일자 33면)라는 글이 보도되자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나운서가 연예인화되는 어이없는 세상"(아이디 kordelta2010), "말 잘했다. 존경한다"(아이디 facefarm99), "아나운서가 제2, 제3 직업 갖는 수단이냐"(아이디 pillipos) 같은 의견을 쏟아냈다.

강 아나운서는 "비키니에서 모바일 화보, 재벌과의 혼사 등으로 이어진 기사가 가십성을 넘어 '아나운서의 정체성' 담론으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라며 "프로그램 제작진은 여자 아나운서를 보조 연출자나 눈요깃감으로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본지 기고문 요약.

'아나운서가 뉴스 앵커로서의 자리가 좁아지는 근본 요인은 아나운서의 프리랜서화에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잦은 광고 출연 때문이다. 보도는 공정성.객관성.중립성을 근간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업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핵심이다. 저널리스트는 그래서 광고와 거리가 멀다. 프리화된 아나운서들은 지상파 아나운서로서 얻은 신뢰감을 광고 출연료로 맞바꾸면서도 아나운서라는 명칭에는 이상하리 만치 집착한다. 일반 연예인과 차별되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해야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저널리스트이면서 방송사 구성원인 아나운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동시에 직업적 위상과 신뢰감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서 정확하고 아름다운 한국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숙지해 미덥게 진행하고 전달하는 아나운서의 본령은 설 자리를 잃는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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