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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효심 담긴 유적 화성행궁 복원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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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선조 22대 정조 때 건축된 경기도 수원에 있는 화성행궁 복원사업이 민간단체 등 향토유지들에 의해 끈질기게 추진되고 있다.
화성행궁은 조선조 행궁 가운데 최대규모를 자랑했던 6백67칸 33동 크기로 2백1년 전인 1789년에 건립됐으나 한일합방이후 일제가 한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얼과 정기를 끊어버리기 위해 헐어버릴 때까지 1백30여 년간 조선조의 맥을 이어온 곳이다.
수원문화원 (원장 심재덕·53) 이 중심이 돼 향토사학자 김동휘씨 (73) 와 홍의선씨 (73) 안익승씨(71)를 비롯, 향토 유지 등 90여명은 지난해 10월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위원장 김동휘)를 발족, 효원의 도시 수원의 상징이기도한 유서 깊은 행궁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또 경기도와 수원시·문화부 등 각계 각층과 접촉,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추진위 측은 지난해 12월 행궁 복원을 위한 제1회 학술발표회를 갖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행궁 터의 지표조사와 함께 행궁의 위치·규모를 확인했다.
수원 화성행궁의 복원논의는 87년 수원문화원이 제기해 수원의 향토사학자인 이승언씨가 지난해 5월20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화성행궁도를 발견해 냄으로써 활발해졌다.
행궁복원사업은 특히 서지학자 이종학씨 (62·수원시화서동) 가 지난해 12월20일 일본에서 화성행궁 전경을 찍은 사진을 발견, 확실한 고증을 얻게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수원·화성행궁은 효성이 지극했던 조선조 22대 정조가 왕세자로 책봉된 채 뒤주 속에서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경기도양주군 배봉산에서 화성군태안읍안녕리 화산 현릉원으로 천장한 후 융릉참배 때에 거처로 쓰기 위해 정조13년(1789년) 에 착공, 7년 만인 1796년 완공한 우리 나라 효행의 대표적 유적이다.
화성행궁은 또 정조의 어머니이며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홍씨의 회갑잔치와 백성들을 위해 60세 이상의 노인을 모아 경로잔치를 베풀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같이 유서 깊은 화성행궁은 1910년 일제가 조선을 합방하면서 민족정기말살을 위해 이곳에 수원경찰서와 군수관사를 지으면서 헐리는 비운을 맞았다.
추진위원회가 밝힌 행궁의 위치는 수원시신풍동246의249, 256의257일대와 남창동6일부로 동서 2백m, 남북2백m의 약4만 평방m (1만3천여 평)규모.
현재 지방공사 수원의료원·수원경찰서·구경기도여성회관·신풍국민학교 일부 등이 포함돼 있다.
행궁의 규모는 6백77칸으로 조선조 행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주요건물은 정궁에 해당하는 봉수당과 정조의 어진 (어진)이 봉안됐던 유여택, 수원부사의 평상시 집무실이었던 장악당, 정문인 신풍루, 경룡관·노래당·무당·남군영·북군영·화청관 등 33동에 달했다.
현존 건물은 신풍국민학교 운동장 끝에 있는 혜경궁홍씨의 회갑연과 백성들에게 경로잔치를 베풀었다는 낙남헌 1개 소 뿐이다.
경로잔치는 고종 때까지도 이 행궁에서 베풀어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행궁복원 추진위원회는 이 복원사업이 「효원의 도시 수원」 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규정, 먼저 시민운동으로 승화시켜 회원의 회비 및 시민들의 성금과 찬조금을 모아 91년까지 행궁의 정문인 신풍루와 정당인 봉수당복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현재 낡고 시설이 빈약한 지방공사 수원의료원 (구 도립병원)의 이전·신축문제를 경기도와 줄기차게 협의하고 있으며, 문화부와 각계에 지방문화사업지원을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수원=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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