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당장 걱정하는 것은 14일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다. 전작권과 관련, 어떤 이벤트나 합의가 서둘러 나올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전작권 환수 반대를 일회성 반짝 행사로 끝내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내년 대선의 뜨거운 이슈로 자리 잡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들의 주장은 '안보 효율성'이란 말로 요약된다. 전작권을 미국과 공동 행사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장치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한반도의 안보가 전례 없이 엄중한 상황에서 전작권 환수는 더더욱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선언은 침묵하던 다수의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는 신호탄으로도 보인다. 그간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우리 지식사회의 중심에서 활동했거나 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란 점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들의 외침을 지켜보며 나올 만한 소리가 나왔다는 생각과 함께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현 정부는 전작권 환수 문제를 거론하며 국가의 자주권을 내세웠다. 자주권과 안보 효율성이 대립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위의 두 가지 모두가 버릴 수 없는 국가의 소중한 가치 아닌가. 그렇다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진보와 보수, 코드와 상식의 소모적 대립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들의 선언에 대한 반응은 '할 말을 잘했다'는 쪽이 많았지만 일부에선'학자답지 않은 정치적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회 참여를 나무라기보다는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라는 이해의 눈이 앞서야 한다고 본다.
발표장을 나오며 지식인이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립하는 두 가치를 모두 고려하기에 때론 회색인처럼 보일지라도 대중은 지식인들의 포괄적 사고를 존중한다. 중도 보수 지식인들의 주장은 국가정책의 방향에 대한 무거운 발제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배영대 문화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