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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사람들 사고에 장애 있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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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동 선언은 중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선진화국민회의(공동 상임위원장 박세일.이명현.이석연)가 주도했다. 사무총장 서경석 목사는 "지식인 1000명 선언을 목표로 지난 사흘간 집중 서명을 받았고, 오늘 중 목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언에 담긴 우리의 뜻을 미국 정부에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명에는 김태길 학술원 회장 등 인문.사회 분야의 전.현직 교수가 대거 참여했다. 이날 발표장엔 박우희(서울대).정진위(연세대).민준기(경희대).이초식(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동성(중앙대).조병윤(명지대).전영운(중앙대).강태훈(단국대).나성린(한양대) 교수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대 사안이 정치 우선적으로 졸속 처리되고 있는 것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고, 향후 심각한 안보 공백과 국론 분열을 불러올 것이 예상되는 전작권 환수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 지식인 선언 서명자 명단 다운로드(hwp파일)

전.현직 교수와 변호사 등 지식인들이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병윤 (명지대) 교수, 이초식(고려대).박우희(서울대).정진위(연세대).민준기(경희대) 명예교수. 김경빈 기자

◆ 중도 보수 지식인들의 외침=이번 선언은 서명 학자 수가 많은 데다 중도 보수 성향의 지식인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지식인들의 대규모 집단 발언은 많았지만 대개 진보 쪽이었다. 서명자 가운데는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이도 상당수 눈에 띈다. 민준기 경희대 명예교수는 "이런 공식 석상에 나온 적도 없고 정치활동을 한 적도 전혀 없다"며 "전작권 환수 사태 이후 초래될 경제 위기 등을 좌시할 수 없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초식 고려대 명예교수는 "평생 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볼 때 뭔가 잘못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오게 됐다"며 "전작권은 우리 가정과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인데 현재 대통령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에 뭔가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내년 대선 때 전작권이 주요 이슈 될 것"=현재 전작권 환수 논의에는 마치 한.미 간에 정해진 수순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 같은 흐름을 이번 선언이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서명자들도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서명을 주도한 이명현 교수와 서경석 목사는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뜻을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 대선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 자주냐, 안보 효율성이냐=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추진과 이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의 선언은 자주와 안보 효율성의 대립으로도 볼 수 있다. 선언에 참여한 이들은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안보 효율성을 강조했다.

선언의 초안을 작성한 김동성 중앙대 교수는 "전작권은 자주의 관점이 아니라 안보 효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작권을 한.미 간에 공유할 때와 한국이 단독으로 행사할 때의 차이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진위 연세대 명예교수는 "전작권은 한국에서 전쟁을 억지하는 값싸고 효율적인 보험"이라며 "전쟁이 날 경우 전작권을 공유할 땐 미국이 즉각 참전할 수 있지만 전작권이 환수되면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이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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