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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선박 600년 만에 '햇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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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역대 최대의 고려 선박=이번 선박은 '봉래3호' '봉래4호'로 이름이 붙여졌다. 봉래3호는 현재 남아 있는 부분이 길이 17.2m, 폭 6.2m에 이른다. 고려 선박 특유의 평평한 바닥(총 8개의 목재를 좌우 3열로 이어 붙였다) 모양을 이루고 있다. 중국 선박은 주로 한 개의 용골(龍骨.배 머리에서 꼬리까지 꿰뚫는 재료)로 구성돼 배 바닥이 뾰족한 형태를 이룬다.

중국 산둥성 펑라이시에서 발굴된 고려 말 선박인 봉래3호(점선 안)의 모습. 남아 있는 선체의 길이가 17.2m로 지금까지 발견된 고려 선박 가운데 가장 크다. 아래는 함께 발견된 중국 선박이다. 고려 배의 바닥이 훨씬 평평해 보인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제공]

또 봉래3호는 판재(板材)를 연결하는 재료로 길고 짧은 나무못을 사용해 쇠못을 주로 사용했던 중국 배와 제조기법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김상범 해양유물전시관장은 "배의 앞.뒷머리 등 소실된 부분을 복원할 경우 총 길이가 23~28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발견된 고려 선박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현재 남아 있는 고려시대 배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지난해 2월 전남 신안군에서 발굴된 '안좌도선'(길이 14.5m)이다.

참고로 1976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나온 신안선은 중국 원나라의 무역선으로 2002년 길이 28.4m, 폭 6.6m 크기로 복원됐다.

서울대 최항순(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신안선과 봉래3호가 실을 수 있는 짐은 각각 260t, 180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봉래4호는 길이 4m80㎝, 폭 1m96㎝가 남아 있었다.

◆고려청자도 함께 발견=봉래3호에선 고려 상감청자 두 점도 함께 나왔다. 옹기.접시 등의 토기도 발굴됐다. 해양유물전시관 한성욱 전문위원은 "이번 고려청자는 문양.형태 등을 볼 때 14세기 말의 것이 확실하다"며 "이 또한 봉래3호가 고려 말에 건조됐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래3호는 고려 말 한국과 중국의 왕성했던 교역을 실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배가 발견된 펑라이시는 고대부터 중국~한국~일본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항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최항순 교수는 "지금까지 고려의 배는 한국의 남서해안과 개성을 왕래하는 근해 항해에만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발굴로 고려의 배 또한 원양 항해에 나섰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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