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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쾌락」 추구… 윤리의식 마비/모델 마약복용이 던진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히로뽕 만성 되자 강도 높여/노씨 일 드나들며 코카인등 반입
10만원짜리 수표를 말아 코카인을 흡입하는 기태,LSDㆍ코카인 등 독성강한 마약을 복용한뒤 환각상태에서 벌이는 혼음파티.
노충량씨(29)를 포함,인기정상모델 등 9명이 무더기 구속되고 20여명이 관련된 마약복용사건은 조사과정에서 인기여배우 관련설 등 관련자가 늘고있어 그 파장이 깊고 넓게 번지고 있다.
특히 노씨는 서울 노량진 청과시장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재벌2세라는 점과 LSDㆍ코카인 등 생소한 마약의 국내 최초 복용사례라는 점에서 일부 부유층사이에 암세포처럼 번지는 도덕적 타락과 윤리의식의 마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노씨 등은 연예인 마약사범에서 일반적으로 볼수있는 업무의 긴장감이나 피로감ㆍ수치심을 해소하거나 현실과의 괴리를 잊기 위한것이 아니라 단순히 성적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마약을 복용했다는 점에서 수사검사들마저 「인간 쓰레기」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노씨주변=재일교포로 일본에서 태어난 노씨는 일본대학 사학과 2학년때까지 그곳에서 살다 5ㆍ16후 모국투자로 서울 노량진 청과시장을 설립한 조부가 상무직을 맡겨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81년 조부에 이어 6개월사이에 사장직을 맡고있던 아버지마저 여읜 노씨는 상속자로서 87년 부사장으로 승진,현재 이 회사 주식의 85%를 소유하고 있다.
노씨는 청과시장과는 별도로 이탈리아제 베네통ㆍ장프랑 등 고급의류와 구두를 재수입,판매하는 연간매출 12억원 규모의 신화월드엔터프라이즈를 85년 설립했고 신촌과 이태원에 레스토랑 2개를 자영하고 5개를 위탁경영,연간 5억여원의 수익을 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의류수입품인 베네통은 어른옷은 물론 어린이 옷까지도 10만원대를 넘는 고가품이지만 강남일대에서는 불티나게 팔려 과소비 조장상품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노씨는 88년12월 모델출신(27)과 결혼,10개월된 딸을 두고 있다.
◇마약투약=검찰수사에서는 노씨가 대마와 히로뽕을 투약한 것은 86년부터이나 그 이전부터 손을 댄것으로 보고있다.
노씨는 히로뽕 등이 만성이되자 점차 강도를 높여 LSD(합성마약)ㆍ코카인(천연마약) 등에 접근했다. LSD와 코카인은 마약류중 중독성과 환각작용이 가장 강한것으로 국내에서는 첫 투약사례.
노씨는 이 마약을 국내에서 조달하지 않고 일본대학 입학동기인 재일교포 강광수씨와 일본인 혼마(본간)씨로부터 구입,밀반입했다.
노씨는 한달에 10여일씩 「사업명목」으로 일본에 체류하는 등 제집처럼 드나든것은 마약구입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노씨 등은 마약을 통상적인 주사기투약이 아닌 코에 대고 들이마시거나 코피나 콜라 등 음료에 타마셨는데 이는 효과가 즉시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때에 따라서는 10만원짜리 수표에 마약을 말아 흡입하는 등 기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노씨는 이같은 상습복용으로 피해망상증ㆍ결벽증ㆍ의처증 등 마약이 가져오는 폐해증상을 보이고 있다.
◇수사=노씨는 이미 구속된 마약사범이 지목,수사선상에 올랐다.
6일오후 신화월드엔터프라이즈 사장실에서 연행된 노씨는 수사관이 덮치자 항거하기도 했으나 수사가 진행되자 『새사람이 되겠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수사결과 노씨는 86년부터 김명자(25)ㆍ김지연(27)씨 등 모델과 이미경씨(21) 등과 4∼6개월씩 동거,시내 유명호텔 등을 전전하며 함께 마약을 복용한뒤 혼음하기도 했다.
87년초에는 모델출신인 부인을 만나 동거하다 헤어졌으나 몇달후 임신하자 결혼했다.
김지연씨는 87년10월 모델협회대상을 받은 정상급 모델이었으나 노씨를 만나 마약에 빠져 현재는 후유증으로 폐인상태.
김씨는 3년동안 계속 써온 일기에서 자신이 마약으로 일생을 망쳐 정상급모델에서 폐인지경으로까지 전락한 사연을 기록하고 있다. 김씨는 검찰에서 『수렁에서 탈출하려고 할때마다 노씨가 고위층을 들먹이고 돈을 내세워 협박하곤했다』며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 때문에 몇해전 여성잡지에 노씨가 마약복용자라는 사실을 흘리기도 했으며 검찰수사에도 가장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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