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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제2부 해방정국의 좌우 대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평양에서 현준혁이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내가 들은 것은 45년 10월1일께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소련 첩보부의 공작원인 김성주라는 자가 소련 첩보부의 한 아지트인 5호실을 중심으로 하여 김동환 또는 김일성의 이름을 사용하며 이북에서 별개의 당을 조직하려고 날뛰고있다는 정보도 듣고있었다.
평양, 함흥, 원산의 레포가 서울의 공산당 중앙본부에 자주 드나들고 있었다. 현준혁이 암살당했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 우리는 직감적으로 제5호실의 수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해방일보에「현준혁 동무를 조함」이라는 추도사를 일부러 평양의 원쑤들이 보도록 크게 실었다.
그들 테러분자들은 드디어 10월13일 조선 공산당 북조선분국을 억지로 만들고 김성주의 대리인 김용범을 책임자로 앉혔다. 그러고는 소련점령군은 10월14일에「김일성 장군 환영 평양시민대회」를 연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의 각 신문사가 평양에 파견하는 기자들에게 각종 편의와 지원을 해주고 각 방향에서 소위「김일성 장군」이라 자칭하는 금성주의 사진을 많이 찍어오도록 부탁했었다. 그들이 찍어온 사진이 1백장을 넘었다.
이 사진을 박달과 박금철에게 보였다. 박달과 박금철은 1937년6월 김일성이 보천보를 습격했을 때 갑산 공작대를 조직하여 협조했으며 특히 보천보 시가지 지도를 그려 지형을 김일성에게 보고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사건으로 체포되어 서울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8·15에 석방되어 공산당이 조직한 혁명가 구원회에서 병 치료와 휴양을 하고있었다.
특히 정태식은 그들과 서대문 형무소에서 같이 수감되어 있어 친했다. 10월14일 평양 운동장에 나타났던 자칭「김일성 장군」이라는 자의 사진을 박달과 박금철에게 갖다보이니 두 사람은 펄쩍 뛰며 전혀 다른 사람이며 나이도 전혀 틀린다고 했다.
그들은 그때까지 서울의 공산당이 중앙이니 서울에서 일하려고 병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곧 평양에 가서 사실을 알아봐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달은 고문으로 앉은뱅이가 되어있었고 박금철은 전신이 퉁퉁 부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화물자동차로 개성까지 태워 주었을 뿐 아니라 안내원을 시켜 박달을 등에 업혀 38선 이북까지 보내주었다. 두 사람은 평양에 도착하여 곧 김일성이라 자칭하는 자에게 면회를 신청했으나 분리 당하여 각각 감금당하고 말았다. 그들이 평양에 도착한 것이 11월인데 해가 바뀌고 다음해 1월말에야 그들은 김일성이란 자에게 호출 당했다.
그들이 면회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천보를 습격한 김일성보다 열살이나 젊어 보이며 키가 커 보이는 젊은 자가「이 새끼! 전향하여 왜놈들한테 잘 얻어먹어 살이 쪘구나. 변절한 놈들은 보기도 싫어! 빨리 싹없어져!」라고 호통을 치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박금철은 앉은뱅이 박달을 평양에 남기고 혼자 강계로 떠나면서 서울의 박헌영에게 자칭 김일성에 대한 보고서를 보내왔었다.
박헌영이 박금철의 보고를 권오직과 조두원에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나도 듣게 된 것이다.
박금철은 그때 강계로 가서 일개 평 당원으로 강계시 당에 입당했었다.
그는 열성적으로 일을 하여 1950년 초에는 강계시 당 조직부장이 되었다. 그때 김일성은 남침을 하기 위해 중공군에 있던 조선인 부대를 모택동으로부터 인수하여 수개 사단을 새로 편성하였다. 이때 박금철도 군대에 들어가 문화부 부사단장이 되었다.
1950년10월 유엔군의 북진으로 김일성이 평양을 포기하고 혼자 만주의 통화로 도망쳐 버리고 인민군이 괴멸되자 박헌영이 인민군 중장의 군복을 입고 인민군 문화부를 총 정치국으로 개편, 스스로 총 정치국장이 되고 박금철을 부국장으로 발탁했었다. 가짜 김일성이 버린 박금철을 박헌영이 등용한 것이다.
박금철은 이때부터 그의 능력을 발휘하여 중앙당 간부부장에 이어 중앙당 부위원장 까지 승진하게 된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짜 김일성은 자기 혼자만의 민족 해방 투쟁사와 공산당사를 날조하기 위한 유일 주체사상을 꾸미는데 박금철과 이행정 등이 갑산 공작대의 역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가짜 김일성은 박금철을 살려두었다가는 언젠가는 자기의 본성이 폭로되기 때문에 67년 드디어 박금철과 이효순을 하루아침에 살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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