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명품들 "차브족이 미워요"

중앙일보

입력 2006.08.20 19:51

업데이트 2006.08.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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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저급 문화를 즐기는 젊은 세대인 '차브(Chav)'족이 명품 브랜드의 저승사자로 등장했다. 2년 전 영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한 차브족은 운동복, 번쩍이는 금장신구, 야구 모자 등 세련미와는 거리가 먼 건달 패션을 특징으로 한다. 힙합을 즐기며 패싸움 같은 시비에 얽히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마다 건달 패션과 동격으로 간주되면서 이미지가 깎이고 있어 고급 브랜드 업체들은 이를 막을 대책을 세우기에 바쁘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샴페인 업계도 차브족이 선호하는 바람에 고민에 빠졌다. 나이트클럽이나 파티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게 차브족의 새로운 유행이 되면서 차브와 샴페인을 합친 '차브페인(chavpagne)'이란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모에&샹동, 랑송&로랑-페리에 같은 고급 샴페인 회사들은 그동안 매출 확대를 위해 젊은 세대 공략에 힘을 쏟아 왔다. 힙합 파티를 스폰서 하거나, 젊은 층이 즐겨가는 바에 샴페인 전용의 튤립 모양 잔을 무료 공급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여 왔다. 세련된 젊은 세대를 겨냥하던 이들은 차브족이란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이들이 즐기는 바람에 샴페인의 이미지가 깎여 기존 단골들이 멀리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차브족이 선호하던 브랜드의 전례를 보면 이를 근거 없는 걱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들의 상징인 버버리 체크무늬 야구 모자는 패션 명가 버버리에 큰 타격을 입혔다. 검정과 빨강 격자 무늬의 버버리 모자를 쓴 차브족이 영국 나이트클럽과 바에서 잇따라 시비를 벌이면서 나이트클럽들이 이 모자를 쓴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버버리 체크 무늬와 건달 패션이 동격으로 여겨져 영국 버버리 제품의 매출이 급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버버리는 눈물을 머금고 체크 모자의 생산을 아예 중단했다. 체크 무늬 제품의 생산을 줄이는 전략에도 차브족 사태가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맨체스터 지방에서는 시비꾼 차브족 사이에서 검은색 프라다 운동화가 유행하면서 한 나이트클럽이 이 신발을 신은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프라다도 검은색 운동화의 영국 판매를 중지했다. 고급 브랜드 업체들의 걱정은 이미지 추락 때문만은 아니다. 짝퉁 확산도 한 이유다. 차브족들이 짝퉁을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지영 기자

차브(chav)족=힙합 음악을 즐기며 문법에 어긋난 영어를 쓰고 나름의 패션을 고집하는 청소년들을 가리킨다. 2004년부터 영국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어원에 대해서는 영국 북동부의 반항적인 젊은 광부들을 일컫던 사투리'Charva'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council-housed(임대주택에 살며) and violent(폭력적)'의 앞글자를 딴 것이라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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