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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을 알면 현대 중국 모든 문제가 훤히 보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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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18면

9권이 한꺼번에 출간된 『중국 루쉰 연구 명가정선집』과 번역을 주도한 박재우 교수. 신인섭 기자

9권이 한꺼번에 출간된 『중국 루쉰 연구 명가정선집』과 번역을 주도한 박재우 교수. 신인섭 기자

중국 작가 루쉰(魯迅·1881~1936)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아큐정전’이나 ‘광인일기’ 같은 대표작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어도 ‘아큐정전’ 안에 등장하는 ‘정신승리법’은 억울하고 화나는 일 많은 이 시대 ‘을’들의 정신건강법으로 각광받는다. 정신승리법이 뭐냐고? 싸움에서 졌는데도 오히려 이긴 건 자신이라며 스스로를 속이는 ‘셀프 기만전술’ 말이다. 중편 ‘아큐정전’의 주인공 아큐가 건달들에게 두드려 맞고도 세상을 탓하며 자신의 승리를 강변한 데서 유래했다.

‘평론전집’ 국내 출간 이끈 박재우 교수 #루쉰 전문 학자들 연구 성과 모음 #“사회 비판의식 가장 앞섰던 작가 #중국 인문학의 가장 높은 봉우리”

이런 루쉰의 문학 세계는 물론 사상가·혁명가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중국 학자들의 평론 전집이 국내 소명출판에서 번역·출간됐다. 북경대 교수였던 첸리췬(錢理群) 등 대표적인 루쉰 전문가들의 1980년대 이후 연구 성과를 모은 『중국 루쉰 연구 명가정선집』이다. 전체 10권 가운데 9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중국은 루쉰이 필요하다』, 『루쉰을 멀리하면 용렬해진다』 같은 책들이 포함돼 있다. 정선집의 국내 출간을 주도한 박재우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루쉰을 관통하면 현대 중국의 모든 문제가 훤히 보인다”고 했다.

중국 루쉰 연구 명가정선집

중국 루쉰 연구 명가정선집

왜 지금 루쉰인가.
“루쉰은 중국 인문학의 가장 깊은 핵심,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할 수 있다. 루쉰을 보면 중국 사람들의 속마음, 문화의 핵심 요소, 전통과 현대의 각종 문제를 알 수 있어서다. 그래서 루쉰을 관통하면 중국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었나.
“사회 비판 의식이 가장 앞선 사람이었다. 사회와 문화 곳곳, 중국인들 의식 내면의 봉건적 요소를 공격하는 데 있어 가장 무자비하고 효과적이었다. 비판의식을 자신에게도 돌려 스스로 부족한 점이나 오염된 점을 끊임없이 점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쉰에 대한 중국 내 평가가 한결같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90년대까지는 인문학의 핵심, 중심 중의 중심이었다. 21세기 들어 중국 당국의 중시도가 떨어진 것 같다. 정치적 활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정치 지도자들은 루쉰의 알맹이인 비판 정신은 별로 거론하지 않고, 소프트파워로만 언급하는 느낌이다.”
검열 선상에서 사회 비판적인 중국 현대 소설들은 루쉰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루쉰 영향을 받지 않은 작가는 거의 없다고 본다.”
루쉰의 문학 작품 추천을 한다면.
“대표작들이 포함된 소설집 『납함(呐喊)』, 모더니즘 산문시집 『야초』, 빼어난 산문을 모은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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