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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뒤샹에 호크니도 퀴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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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20면

퀴어리즘

퀴어리즘

퀴어리즘
최찬 지음
씨마스21

성 소수자(퀴어)는 본인이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이상, 남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드러나지 않다 보니 통계 등 주요 자료에서도 배제되기 십상이다. 다수의 남성이 정·재계 주류로서 자리 잡고 있고 여성·흑인·난민 등은 ‘간신히’ 비주류에 속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짜 놓은 판에 퀴어가 끼어들 틈은 사실상 요원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술계는 달랐다. 퀴어 작가들은 그림 속 등장인물이나 색감·배경 등을 통해 유감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성 소수자 예술가라니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소위 ‘생짜’ 작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르셀 뒤샹, 데이비드 호크니가 퀴어였다. 미술 교과서에서 한 번쯤 접했을 법한 예술가들이 사실은 퀴어로 일평생을 살아가며 예술 활동을 이어왔다. 따가운 사회적 시선 속에서 수많은 걸작을 배출해온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20~30년 동안 뉴욕 미술 경매시장에서 최고가 낙찰을 받은 상위 작가 22명 중 9명이 퀴어였다. 전 세계 퀴어 인구가 4%인데 반해 손에 꼽히는 미술 거장 중 40%가 성 소수자인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퀴어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한데 모았다. 인상파·야수파와 같은 기존 미술 분류 체계도 해체했다. 그리고 ‘퀴어리즘’이란 새로운 카테고리를 통해 퀴어 작품에 녹아든 젠더적 요소와 그들의 억눌린 정체성을 분석했다. 남근에 대한 판타지가 드러난 다빈치의 ‘세례자 성 요한’, 변기를 통해 양성애자로서의 욕구를 녹여낸 뒤샹의 ‘샘’, 본인의 동성연애를 재현한 듯한 호크니의 ‘닉의 수영장에서 나오는 피터’ 등이 대표적이다.

서점가에 나와 있는 미술 교양서라면 응당 갖춰야 할 서사 구조가 있다. 작가가 살아간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고 작품의 테크닉을 짚어주는 구성 말이다. 하지만 책은 마치 ‘천만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행 문법을 거부한다. 대신 작품 해설과 함께 퀴어 작가의 삶을 그려내며 성 소수자 인식 개선에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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