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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루소 만났나 철학이 서로 통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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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21면

노자와 루소, 여든하나의 방

노자와 루소, 여든하나의 방

노자와 루소, 여든하나의 방
정세근 지음
지식산업사

『도덕경』을 지은 노자는 2500여 년 전에 활동한 고대 동양의 철학자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저자로 유명한 루소(1712~1778)는 18세기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다.

노자와 루소가 20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한 자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 책 안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대화다. 충북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해설자로 가끔 참여하는데, 사실상 대화를 이끌어가는 기획자다.

저자가 볼 때, 노자와 루소는 많은 개념을 공유한다. 대표적 공통점은 ‘자연’이다. 『도덕경』의 핵심 어휘가 자연이다. 우리말의 ‘자연스러움’ ‘스스로 그러함’ ‘저절로 그러함’의 의미를 갖는 단어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뜻의 자연을 철학적 언어로 부각한 인물이 노자다.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그보다 한 세기 앞선 영국 철학자 홉스(1588~1679)가 자연 상태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묘사한 것과 대비된다. 루소에게 자연은 긍정적이다. 홉스에게 자연은 부정적이다. 루소의 자연은 서양 철학 전통에서 이질적 요소다.

루소의 자연 개념은 어디서 영향을 받았을까? 루소 시대에 『논어』 『주역』 등 주요 동양 철학서가 서양에 번역됐다. 루소와 동시대를 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1694~1778)에게 공자는 최고의 철학자였다. 어려서부터 라틴어를 배우고 독서광이었던 루소가 『도덕경』을 읽지 않았을까? 물증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루소의 저작을 볼 때 심증은 너무도 많다고 하면서 저자는 “루소가 노자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노자와 루소는 81개의 방에서 대화를 나눈다. 모두 81장으로 구성된 『도덕경』을 놓고 벌이는 철학적 대화다. 색다른 형식의 『도덕경』 해설서라 할 수 있다. 루소가 묻고 노자가 답하는 형식 속에 노자와 루소, 그리고 동양과 서양 철학의 같고 다른 점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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