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피해자 극단 선택에…법원 “업무상 재해”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20:46

올해 2월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올해 2월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임원 공모에서 탈락했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환경부 산하기관 간부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단장이었던 고(故)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20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30년 넘게 환경부와 그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일하다 2018년 4월 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상임이사) 공모에 지원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간부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게 목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A씨는 최종 3인 명단까지 들었지만 결국 탈락했다. 내정 소문이 돌던 한 인사는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탈락했지만 본부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뒀기 때문이다.

A씨는 부당하게 탈락했다는 생각으로 고통을 받다 수첩에 “자괴감을 느낀다” 등의 메모를 남겼다. 그 뒤로 다른 부서로 전보되자 우울증에 시달린 끝에 2018년 12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 사후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에게 “환경기술본부장 공개모집에서 탈락한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요인보다 성격 등 개인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통보하자 A씨의 부인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채용 심사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경산업기술원 내부에선 A씨를 임명하자고 건의했는데도 환경기술본부장은 공석으로 남은 데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다시 채용 절차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A씨가 듣고 자괴감과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재직 당시 환경기술본부장 자리에 자신이 내정한 추천자를 임명하기 위해 서류·면접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등의 혐의로 지난 2월 9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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