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인가 ‘루터’인가…기독대학서 파면된 교수의 1인 시위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18:26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실 앞에 최근 붙은 ‘2021 루터 반박문’. 김지혜 기자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실 앞에 최근 붙은 ‘2021 루터 반박문’. 김지혜 기자

마임이스트 조성진(64)씨는 최근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학교 본관에서 종교개혁자 ‘루터’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러다가 어딘가로 발길을 옮겼다. 총장실 앞에 멈춰선 그는 ‘2021 루터 반박문’을 벽에 붙였다. 여기엔 ‘힘으로 진리를 막는 자에 오직 믿음으로 문이 열리리라’라고 쓰여 있었다.

조씨는 “이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이단 시비와 종교 재판으로 지난 2017년 2월 해고된 손원영(54) 목사(감리교)를 응원하려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교 화합을 실천한 손 교수는 ‘2021년 루터’”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법원의 복직 판결에 불응하며 손 교수의 연구실 문을 걸어 잠근 강성 비리 사학을 개탄한다”고 덧붙였다.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실 앞에서 ‘2021 루터 반박문’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실 앞에서 ‘2021 루터 반박문’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훼불 행위 비판했다 파면된 목사 교수

손 교수는 2016년 경북 김천시 개운사에 들어간 개신교인이 ‘훼불 행위’를 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며 법당을 복구하는 모금 운동을 벌였다가 학교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았다. 학교 측은 당시 “성실 의무를 위반했으며 대학이 갖고 있는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징계했다.

법원은 2019년 손 교수의 파면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 끝에 학교법인 이사회는 상고를 포기하고 결과를 수용했다. 지난해 4월 이사회는 손 교수의 복직을 결정했지만, 이강평 서울기독대 총장과 학교 본부는 손 교수의 출근을 반대했다.

자신의 연구실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감리교 목사). 김지혜 기자

자신의 연구실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감리교 목사). 김지혜 기자

학교가 복직을 불이행하자 손 교수는 법원에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은 학교의 손을 들어줬지만, 올해 6월 말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학교가 시설 사용, 홈페이지 접근, 강의 배정에 있어 손 교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1일 50만원을 손 교수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그의 출근을 막고 있다.

이사회 관계자는 “손 교수를 복직시키지 않는 건 교권 유린으로 사법적 판단과 이사회 의결에 반한다는 입장을 학교 측에 지속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 ‘루터’인가 이단인가

손 교수는 가처분 신청 2심 판단이 나온 이후 교내 자신의 연구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일 기준 53일째다. 조씨의 마임을 본 손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1 루터’라는 호칭은 과분하다”면서 “다만 루터 종교개혁 500여년이 흐른 현재, 루터의 후예로서 개신교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시대의 요구와 아픔에 응답하고 옳지 못한 행태를 개선하길 바란다”고 했다.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작성한 ‘2021 루터 반박문’을 자신의 연구실 앞에 붙이는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김지혜 기자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작성한 ‘2021 루터 반박문’을 자신의 연구실 앞에 붙이는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김지혜 기자

5년째 교단에 서지 못하는 등 시련을 겪고 있지만, 손 교수는 굴하지 않았다. 세습, 성직 매매, 부동산 투기 등을 현 한국 교회의 문제점으로 꼽으며 내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개신교가 자본주의의 포로가 됐다”며 “주식회사처럼 수익을 내는 데 연연하는 건 한국 교회의 큰 병폐”라고 지적했다.

일부 개신교인들이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선 “한국 교회의 선교 배경이 소위 미국의 보수 근본주의가 바탕이 된 것과 관련이 있다”며 “불당 복원 모금을 두고 학교 측은 ‘우상숭배’, ‘이단’이라며 공격하는데 신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당황스럽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그러면서 “나의 투쟁이 단순히 복직을 위한 차원이 아니라 종교 평화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종교를 비롯해 생각과 문화가 다른 이들이 공존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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