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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이어 우리은행도 "전세대출 중단"…서민들 대출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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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본격적으로 죄기 시작하면서 시중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등 초유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전세대출 한시 중단 방침을 밝혔다. 다른 은행들 역시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에 속속 나설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대출 수요가 제2 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 차단에도 나서면서 대출 한파는 전방위로 확산할 전망이다.

 3일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3일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NH농협 이어 우리은행 "신규 전세 대출 중단"

20일 우리은행은 9월 말까지 전세 대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국의 가계부채 축소 권고에 따라 분기별 대출 한도를 정해뒀는데, 3분기(7~9월) 한도가 이미 전부 소진돼 더는 대출을 내줄 수 없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다만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 1일부터는 다시 전세 대출 신규 신청을 받는다.

앞서 19일 NH농협은행은 전세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아파트 단체 대출 등 신용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계 대출에 대해 신규·증액 재약정·대환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연간 권고치 5%를 넘기면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일단 은행 측이 밝힌 대출 중단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지만, 그 이후에도 재개한다는 보장은 없다.

SC제일은행도 지난 18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운영을 일부 중단했다.

금융당국 "신용대출 한도 축소" 압박

감독당국은 은행들을 향해 신용대출 한도도 축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에게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 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연 소득의 120%~200%였던 한도를 100% 이내로 하향 조정하라고 사실상 '창구 지도'를 한 것이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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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 대출자가 약정을 위반할 경우 대출을 즉시 회수하라는 지침도 전달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로 한 약정 등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도 그간 일부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제2 금융권 단속에도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오전 단위 농협 관계자를 불러 가계 대출 관리 계획안을 제출받았다. 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타 2금융권도 가계 대출 증가세를 자율적으로 관리해달라는 금융위의 지침을 전달받았다.

고삐풀린 대출, 집 값 급등…'발등의 불'에 전방위 죄기

가계부채 잔액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계부채 잔액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금융당국이 이처럼 전방위 압박에 나선 건 17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체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액(잠정치)은 78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이 1631조5000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올 7월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710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는 코로나 19 발발 이전인 2019년 말(1504조6000억원)보다 14% 불어난 수치로 증가율과 증가액에서 모두 역대 최대다.

넘쳐나는 시중 자금에 집 값·전셋값 동반 급등세도 이어지며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고점' 경고도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4.26% 오르며 2002년 이래 최대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7일 금융위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이 시기에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취임식에서 대출 부실과 자산의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심각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선 만큼 적극적 관리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미 빚이 부풀 대로 부푼 상황에서 뒤늦게 대출 중단 등의 조치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며 취약계층 등의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가뜩이나 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청년층 등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연간 대출 목표치를 8개월 만에 채워 대출을 중단한 이례적인 사례”라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타 은행은 아직 연간 목표치에 여유가 있어 실수요자 대출 절벽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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