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기어 풀고 이재명 때렸다···경선 막판 흔드는 친문 부엉이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18:10

업데이트 2021.08.20 18:28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왼쪽부터), 홍영표, 김종민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왼쪽부터), 홍영표, 김종민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계 정책연구모임 ‘민주주의 4.0’ 소속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 등이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를 지원하는 듯한 행보에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동안 '중립지대'에 머물던 이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로, 경선 판도에 미칠 파괴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18일 이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 출연해 검찰 개혁에 관해 토론했다. 김 의원은 “추미애 전 장관이  '당 대표 때 검찰 개혁에 미온적이었다'고 이낙연 후보를 비판하는 건 당시 수석최고위원이자 검찰 개혁에 앞장섰던 나에게도 섭섭한 일”이라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처음 공식 당론으로 정한 것은 이 전 대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당정이 검찰 개혁을 추진할 때 추 전 장관과 긴밀하게 협조하며 한 목소리를 낸 사이인데, 이번엔 이 전 대표를 두둔하며 슬쩍 섭섭함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자 추 전 장관이 “김 의원이 무슨 이유로 이런 방송을 했는지 모르겠다. 검찰 개혁에 반하는 태도로 곤경에 빠진 이낙연 후보의 볼썽사나운 면피쇼”라고 공격하고, 김 의원이 "추 전 장관만 검찰 개혁을 위해 열심히 싸웠고 당에서 뒷받침을 안 해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반격하는 등 논란이 크게 일었다.

지난 16일 김종민 의원은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와 검찰개혁에 대해 토론했다.

지난 16일 김종민 의원은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와 검찰개혁에 대해 토론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TV’에서 이 전 대표의 라이벌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비판했다. 그는 “(대선 주자 중) 유일하게 이 지사만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신동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엔 “기본소득은 양극화 문제를 외면한다”며 “누구나 똑같이 나눠주는 수평적 재분배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에 반대한다”고 썼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신 의원이 올린 기본소득 비판 글은 18개나 된다. 신 의원도 조만간 ‘이낙연TV’에 출연해 이 전 대표와 기본소득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소득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복지국가 틀과 근본적으로 노선이 달라 당의 대선 공약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하는 의원이 많은데 이대로 이 지사가 후보로 선출되면 당내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를 따라잡으려면 그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을 치열하게 검증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움직이기 시작한 부엉이들

김종민·신동근 의원은 2018년 해체한 친문 의원 그룹 ‘부엉이 모임’,그리고 이를 계승한 모임 '민주주의 4.0'에 속해 있다. 리더는 지난 5월 당 대표 경선에 나섰다 낙선한 홍영표 의원이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는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중립 지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해 의원 20명이 지난 16일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종민 의원은 “친문 진영에 더 가까운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경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신동근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공약 기본소득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신동근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공약 기본소득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금은 정책 연대를 하는 수준이지만 결국 특정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조만간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이 지사가 좀처럼 선두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경선 판도가 바뀔 수 있을까. 이를 두고는 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특정 대선주자의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민주당의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개혁 성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며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친문 강성 당원들을 일부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홍영표 의원의 경우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당원 35.01%의 표를 모은 조직력이 있다”며 “권리당원과 대의원만 투표하는 지역 순회 경선에서 특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친문 진영의 많은 의원이 이미 개별적으로 여러 캠프로 흩어졌다”며 “부엉이 모임이 경선에 영향력을 주기엔 이미 때가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이 지사가 깔아놓은 판인데 만약 이를 공격해 준다면 모두가 '이재명 프레임'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나쁘지 않다”며 “일부 친문 진영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나오더라도 대세가 바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