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월호 7시간' 직접 고발한 이재명, 떡볶이 먹방에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가 ‘보은 인사’ 논란이 있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번엔 황씨와의 먹방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낙연 전 대표 측과 거친 설전을 벌였던 황씨는 20일 “소모적 논쟁을 하며 사장으로 근무한다는 건 무리”(페이스북)라며 자진 사퇴했지만, 지난 6월 경기 이천 화재사고 당시 둘이 함께 먹방을 찍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서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튜브 캡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튜브 캡처

해당 방송은 황씨 개인 유튜브 채널 ‘황교익TV’에 올라온 ‘이재명과 함께하는 떡볶이 먹방!’(7월 11일 업로드) 영상으로, 녹화는 지난 6월 17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소방경)이 현장에 고립돼 연락 두절된 시각에 진행됐다.

與 주자들도 “무책임한 행보”…野 “‘세월호 7시간’ 고발하더니”

이런 사실이 경기 지역 언론사의 보도로 알려지자 황씨로부터 “친일 총리”란 비판을 받았던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가장 먼저 비판 논평이 나왔다. 배재정 대변인은 19일 저녁 “사실이라면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20일 “백번을 되짚어도 명백한 사실은 이 지사가 지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페이스북)이라고 썼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0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0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야당 대선 후보가 비판에 가세하면서, 불똥은 세월호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행적 때문에 비판받았던 것처럼, 이 지사가 도정 책임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논란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는 세월호 사건 때 직접 박근혜 대통령을 고발했다”며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도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 떡볶이 먹으며 키들거리는 장면은 사이코패스 공포영화처럼 소름 끼친다”고 썼다.

이재명 “박근혜는 세월호 보고 회피…저는 다 지휘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과도한 비판이다. 박근혜는 세월호 현장을 파악도 하지 않고, 보고도 회피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왜 세월호가 빠지고 있는 구조 현장에 왜 가지 않느냐고 문제 삼지 않는다. 지휘했느냐 안 했느냐, 알고 있었느냐 보고를 받았느냐를 문제 삼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어 “저는 (화재 당시) 마산과 창원에 가 있기는 했지만, 실시간으로 다 보고받고 파악도 하고 있었고, 그에 맞게 지휘도 했다”며 “다음날 일정을 취소하고 마산에서 네 시간 넘게 한방에 저녁도 먹지 않고 달려 현장에 갔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청도 당시 경기도가 조치한 내용을 첨부한 입장문을 내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밝혔다.

이천 쿠팡 화재 당일 경기도 조치사항

05:36 화재발생
05:56 대응 2단계 발령
06:14 대응 1단계 발령
08:19 초진, 대응1단계 해제
12:05 대응1단계 발령
12:15 대응2단계 발령
13:07 경기소방본부장 현장 도착
14:59 경기도 행정1부지사 현장 도착
16:09 건물 안전점검 실시
19:06 이천시 전역 재난방송
01:32 이재명 경기도지사 현장 도착

※출처: 경기도청

과거 발언 부메랑 된 이재명…고발장엔 “박근혜 의식적 직무 포기”

하지만 “현장엔 없었지만, 지휘는 했다”는 해명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도지사가 굳이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있어야 하냐는 설명은 가히 충격적이다. 일본 아베 총리의 26분 재난출동 사례를 들며 세월호 사고와 비교했던 이재명은 어디 있는가”(이기인 대변인)라고 논평했다. 이 지사가 2016년 트위터에 “지진 ‘26분’ 만에 나타난 아베, 자정 넘어서도 재난대책 발표”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세월호 때 한국 대통령과 비교됩니다”라고 썼던 글을 겨냥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6년 4월 19일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6년 4월 19일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이 지사는 2016년 11월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해 본인이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고발장에 “보고만 받고 있었다는 것으로도 형법의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면, 직무유기죄 및 업무상 과실치사죄 성립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8번 보고 중 7번이 ‘서면보고’였고 지시조차 없었다. 당시 상황의 긴급성을 고려할 때 ‘의식적 직무 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었다면 직무유기죄의 ‘직장 무단이탈’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적었다.

2016년 11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리인인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 회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11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리인인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 회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