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안 입는 건 운”…아프간 여성 위한 여성들의 모금과 연대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15:42

한 트위터 이용자가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위한 모금을 독려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한 트위터 이용자가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위한 모금을 독려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15일(현지시각)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현지 상황은 날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인권 탄압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이다.

20일 트위터 등 SNS에서는 아프간 여성들의 상황을 전하며 이들을 위한 모금 사이트를 소개하는 이용자들이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공유한 아프간 여성 관련 해외 펀딩 사이트의 기부자 목록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여럿 눈에 띄었다.

“나라·문화 달라도 여성으로서 동질감 느껴”

아프간 여성 인권 단체인 우먼포아프간우먼(WAW) 기부자 목록에서 한국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WAW 홈페이지 캡처

아프간 여성 인권 단체인 우먼포아프간우먼(WAW) 기부자 목록에서 한국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WAW 홈페이지 캡처

30대 여성 A씨는 모금에 참여한 사람 중 하나다. A씨는 19일 아프간 여성 인권 단체인 우먼포아프간우먼(WAW)에 100달러를 기부했다. 이 단체는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뉴욕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신을 통해 아프간 소식을 접하고 있다는 A씨는 “여성들이 자리를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위협받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여성들이 활발히 모금에 참여하는 점에 대해 “한국에서도 최근 백래시가 일어나는데 상황은 달라도 각자 사회에서 노력하는 여성들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B씨도 같은 단체에 30달러를 기부했다. “모금으로 국제 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탈레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면서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부르카를 입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단순히 운”이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법촬영과 같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전 세계 여성들은 다 공감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모금에 참여한 20대 여성 C씨도 “한국에서도 최근까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벌어졌다. 아프간 여성들의 상황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금에 참여한 후 SNS에 인증샷을 올려 참여를 독려한다. A씨는 “친구 2명도 함께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에도 글을 올렸다는 C씨는 “예전에는 기부 사실을 알리는게 쑥스러웠지만, 이번 사태는 공유와 인증이 많을수록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 소식 공유하며 “이름 기억하자”

랑기나 하미디 장관이 영상통화로 인터뷰하는 모습. BBC 트위터 캡처

랑기나 하미디 장관이 영상통화로 인터뷰하는 모습. BBC 트위터 캡처

이처럼 모금 활동이 확산한 것은 탈레반의 압박에도 직접 언론에 목소리를 낸 아프간 여성들의 용기 덕분이다. 여성 네티즌들은 아프간 여성 정치인과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기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표한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교육부 장관 랑기나 하미디(45)의 인터뷰 영상은 트위터에서 1만 회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하미디 장관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한 상황 후에도 카불에 남았다. 그는 영국 BBC와 나눈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어머니와 여성들이 공포를 느낀다”면서 “나는 내 딸이 꿈꿔왔던 모든 미래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살아남는다면 수백만 소녀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여성 시장이 된 아프간 여성 정치인 자리파 가파리의 사연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17일 영국 언론을 통해 “그들(탈레반)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인터뷰 영상을 본 트위터 이용자들은 “너무 안타깝다” “이분들의 이름을 기억하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여성들이 페미니즘으로 여성에 대한 억압이나 차별이 구조에 의한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며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과정은 어렵지만 무너뜨리기는 쉽다. 한국 여성들도 같은 경험을 한다고 생각해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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