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어느덧 갱년기…몸과 마음 따로노니 툭하면 사고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13:00

업데이트 2021.08.24 16:54

[더,오래] 조남대의 은퇴일기(22) 

내가 좀 이상해진 것 같다. 예순 중반을 넘기며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자주 낸다. 아내로부터 나이가 들수록 좀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점점 고집이 늘어난다며 핀잔을 듣기 일쑤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조금 전에 하려고 한 일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야 갱년기를 맞이한 건가?

남성 갱년기는 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정신적, 육체적 변화를 겪는 시기를 말한다. 급격히 호르몬 생산이 중단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서서히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몸이 변화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갱년기를 맞았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급격히 호르몬 생산이 중단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 갱년기는 서서히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몸이 변화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갱년기를 맞았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 pxfuel]

급격히 호르몬 생산이 중단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 갱년기는 서서히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몸이 변화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갱년기를 맞았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 pxfuel]

요즈음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특히 사람 이름이나 지명 같은 고유명사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는 손자와 손녀 이름도 헷갈려 손녀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작성하다 아내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핸드폰에서 찾아 적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휴가지인 경주에서 유명 맛집에 갔는데 대기 손님이 많아 전화번호와 메뉴를 등록해 놓으면 전화로 불러주겠다고 했다. 한참을 기다리자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은 들어가는데 우리에겐 연락이 없어 계산대에 확인했더니 내 전화번호와 아내 것을 혼합해 기재해 놓은 것이었다. 아내가 “서방님이 총기가 없어졌다”며 안타깝다는 듯이 흘겨본다. 나이 들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내가 왜 이럴까’ 자책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니 우울해진다. 실수할까 염려되어 얼마 전부터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약속이 있으면 책상에 준비해 둔 노트에 메모한다. 이동 중일 때는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해두기도 한다. 나만의 노하우다.

사소한 것에 화를 내거나 고집이 세졌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특히 아내는 바깥에 나가면 호인처럼 행동하고, 전화 통화할 때 보면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인데 자기에게는 화를 자주 낸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날 손자 재롱을 보다 나도 모르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본 딸로부터 “아버지가 저렇게 환히 웃을 줄 아는 분이었는지 처음 알았다”며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가족에게 너무 무뚝뚝했음을 반성하면서 앞으로 좀 더 살갑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예순 살부터는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졌다’는 공자의 말처럼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너그러워져야 할 때도 되었는데, 아직 철이 덜 들고 수양이 부족한가 보다. 활동하는 카페엔 ‘말을 줄여라’, ‘목소리를 낮추어라’, ‘고집을 버려라’와 같은 나이 들어 가져야 할 자세로 꼽는 글이 있다. 수긍이 가는데도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화를 내고 나면 ‘그때 좀 참을걸’ 하며 후회를 한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듯이 이제 좀 더 참으며 지내야겠다.

점점 고집도 늘어나는 것 같다. 사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나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거슬리는데도 꼭 내 생각대로 하려 한다며 불만이다. 농원에 현판을 달고 싶어 가족과 대화 없이 일을 진행하느라 혼자 부산했다. 작명소 하는 후배를 찾아가 이름을 짓고 친구에게 부탁해 글씨를 받아 목공예하는 곳에서 현판을 제작해 기어이 달고야 만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들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내는 “황소 같은 고집을 누가 꺾겠느냐”며 투덜거린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데도 마음은 젊어 예전처럼 행동하니 사고를 당하기에 십상이다. 아직도 힘쓰는 일에 자신이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해 보면 어림도 없다. 3년 전에 운동하다 넓적다리뼈가 골절되어 철심을 박아 고정했다. 담당 의사는 1년 정도 지나면 뼈가 붙어 철심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한다. 1년 지난 후 병원을 찾았더니 연세가 들어 그런지 아직 완전하게 붙지 않았다며 좀 더 지켜보자고 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게으름을 떨쳐 버리고 만보 걷기와 같은 알맞은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해야겠다. [사진 pixabay]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게으름을 떨쳐 버리고 만보 걷기와 같은 알맞은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해야겠다. [사진 pixabay]

나이가 있어 뼈 붙는 속도가 더디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짜증이 났다. 젊었을 때는 1년이면 완치될 것을 두 배나 긴 2년을 기다려야 했다. 얼마 전에는 50㎝쯤 되는 농장의 나무 울타리를 당연히 넘을 수 있을 줄 알고 뛰다가 걸려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었다. 몸은 60대 중반인데 젊었을 때 생각으로 행동하니 사고를 당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조심하면서 처신해야겠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게으름을 떨쳐 버리고 만보 걷기와 같은 알맞은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해야겠다. 노력 없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은 입 벌리고 누워 감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어느새 갱년기를 맞이했나 보다. 102세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김형석 교수를 부럽게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건강 유지를 위해 적절한 운동도 해야 한다. 고집을 조금씩 내려놓고 아내나 가족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열어야겠다. 이제는 흐르는 세월에 순응하면서 제2의 인생을 보람있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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