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실종때 먹방' 논란 이재명, 화재 20시간뒤 현장 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11:53

업데이트 2021.08.20 12:37

유튜브 '황교익TV'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사진 황교익 유튜브 캡처

유튜브 '황교익TV'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사진 황교익 유튜브 캡처

경기도는 20일 “이재명 지사는 재난 책임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황교익씨는 이날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에서 사퇴했지만, 논란의 불똥이 ‘떡볶이 먹방’ 시기로 튀었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황씨는 지난 6월 경기도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일 함께 먹방 유튜브를 촬영했다. 보은 인사 논란이 이 지사의 도정(道政) 책임 논란으로 옮겨간 형국이다.

“화재 즉시 현장? 과도한 주장”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채혜선 기자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채혜선 기자

경기도는 설명자료에서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밝혔다.

전날(19일) 이 지사가 쿠팡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6월 1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일대 음식점 등에서 황씨와 유튜브 ‘황교익TV’를 찍었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에서 지적되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화재 신고 접수 시간은 17일 오전 5시 35분이다. 이 지사가 황씨 유튜브에 출연할 때는 불길이 잡히지 않았던 데다, 진화 작업에 나섰던 50대 소방구조대장이 실종됐던 상황이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무책임한 행보였다”(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 등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지사가 도정에 소홀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씨 유튜브에는 “그 큰불이 나고 소방관 실종 얘기가 뉴스에 떠들썩하게 나왔을 시간임에도 떡볶이 먹방을 찍고 있는 도지사라니…”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 지사는 그동안 TV토론 등에서 “대선보다는 도정이 먼저”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지사와 황씨는 당시 분식점 등을 돌며 떡볶이를 먹었다. 이 유튜브는 황씨가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보은 인사’ 논란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사장 채용 공고가 나오기 한 달 전에 이 지사가 황씨 유튜브에 출연해서다. “당시 쌓은 친분이 사장 내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도 경기도 정가에서 흘러나왔다. 황씨는 자신이 한달여 뒤 지원할 공사 사장 자리를 결정하는 도지사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초대한 셈이다. 공모 경쟁자들의 입장에선 황씨와 이 지사 모두에게 공정의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 처신이었던 것이다.

“화재사고, 정치 공격 소재로 삼지 말아라”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6월 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앞서 주먹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6월 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앞서 주먹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는 쿠팡 화재 당일 이 지사의 행적에 대해 “화재 당시 이 지사는 남은 경남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복귀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경남과 업무협약 체결 일정을 위해 6월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후 6월 17일 오전 경남에서 쿠팡 화재 ‘대응 1단계 해제’ 보고를 받은 후 오전 11시 경남과 협약식을 가졌다. “이 지사는 행정1부시장을 화재 현장에 파견해 화재진압 상황을 살펴보도록 했고, 사전에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화재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는 게 경기도 설명이다.

애초 예정된 일정을 마친 이 지사는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경기도는 “이 지사는 다음날 일정 일체를 취소하고 17일 당일 저녁 급거 화재 현장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도가 공개한 시간대별 경기도 조치사항에 따르면 이 지사가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18일 오전 1시 32분이다. 화재 발생 약 20시간 만이다.

경기도는 “이 지사는 재난 총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며 “애끊는 화재사고를 정치 공격의 소재로 삼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황교익 자진 사퇴…이재명 “사장 적격자”

유튜브 '황교익TV'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사진 황교익 유튜브 캡처

유튜브 '황교익TV'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사진 황교익 유튜브 캡처

황씨는 이날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모적 논쟁을 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사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던 그는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으로 돌렸다.

이 지사는 황씨가 자진 사퇴한 뒤 페이스북에 “황씨의 역량은 충분했다. 은혜를 입은 일도 없으니 보은 인사일 수 없다”며 “명백한 전문성을 부인당하고, 친일파로 공격당하며 친분에 의한 내정으로 매도당한 황 선생님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적었다. 이어 “사장 적격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사퇴 의사를 수용하겠다”며 “한 사람을 지키는 것이 모두를 지키는 출발이다. 황교익 선생의 결단에 위로의 마음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가 밝힌 이천 쿠팡 화재 당일(6월 17일) 도 조치사항.
05:36 화재발생

05:56 대응 2단계 발령
06:14 대응 1단계 발령
08:19 초진, 대응1단계 해제

12:05 대응1단계 발령

12:15 대응2단계 발령

13:07 경기소방본부장 현장 도착

14:59 경기도 행정1부지사 현장 도착

16:09 건물 안전점검 실시

19:06 이천시 전역 재난방송

01:32 이재명 경기도지사 현장 도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