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저평가주’이자 ‘장투는 위험해’의 대표 사례였던 KT. 그런 KT 주가가 올 들어 40% 넘게 오르면서 시장에서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래 봤자 통신주인데 무슨 대단한 혁신과 성장이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죠. 그래서 들여다 봤습니다. KT는 진짜 달라지고 있을까요?
5G 덕 볼 날 오나, KT
·5G 가입자 늘어 수익성 좋아지고 배당 매력 UP
·콘텐츠&B2B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변신 비전도
·드라마, 케뱅 잘 될까? 불안하지만 뭐라도 하는 게 어디냐
KT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냈습니다. 올 상반기에 번 돈(당기순이익 6973억원)이 지난해 연간 실적(순이익 7034억원)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10년 만에 최고 실적.
뭘 잘했나 보니까 골고루 좋아졌네요. 요금 비싼 5G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었고(지난해 말 362만명→6월 말 501만명), ‘집콕’ 덕분에 초고속인터넷과 올레TV 가입자도 늘었습니다. 여기에 클라우드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같은 B2B사업도 성장세이죠.
그룹사 실적도 좋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2분기에 처음 흑자를 냈고(업비트 제휴 덕), 콘텐츠 쪽에선 ‘강철부대’의 스카이TV가 잘 나갔습니다. 호텔(안다즈 서울 강남 등)은 아직 적자이지만 개선 중.
하반기도 기대되는 건 본업인 무선통신이 살아나고 있어서죠. 곧 갤럭시 폴더블폰과 아이폰13가 출시되면 연말까지 5G 가입자 비율이 지금의 35%에서 45%로 점프할 겁니다. 무선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2분기 월 3만2341원)이 더 오르겠죠. 그동안 5G에 투자비를 쏟아붓기만 했는데, 드디어 회수 사이클에 들어섰습니다!
당분간 주가를 좌우하는 건 결국 배당일 텐데요. KT는 ‘별도 조정순이익(그룹사 제외) 50%를 배당’한다고 밝혔죠. 상반기 실적이 이미 좋았어서 올해는 지난해(1350원)보다 높은 주당 1600~2000원을 기대합니다. 배당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리겠죠.
좀더 장기적으로 보자면, 저평가를 진짜 탈출하려면 ‘+α’가 필요합니다. 바로 ‘스토리’! KT가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스토리가 생겼다는 겁니다. 바로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
[탈통신①] 사실 KT는 가진 플랫폼이 많습니다. 국내 1위 IPTV(가입자 수 1300만명) 올레TV,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음원서비스 지니뮤직, OTT 시즌(Seezn). 하지만 딱히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보긴 어려웠죠.
이에 KT는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며 올 1월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습니다. 첫 작품인 스릴러 드라마 ‘크라임 퍼즐’이 4분기에 나올텐데요(윤계상, 고아성 주연). KT가 드라마를 만든다? 아직은 썩 와닿지 않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키운다는 방향 자체는 맞는 듯.
[탈통신②] 좀더 손에 잡히는 건 B2B사업입니다. 이미 KT는 국내 최대 규모(14곳)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이자, 공공·금융 클라우드시장 점유율 1위인데요(민간은 아마존과 MS가 장악). 쑥쑥 커가는 시장을 선점한 게 큰 강점(물론 2위 네이버와 경쟁은 치열하지만).
B2B 신사업도 준비 중인데요. AI컨택센터(콜센터)와 소상공인 대상 AI보이스봇을 내놓겠다는군요.
물론 KT가 ‘디지코(Digico)’라고 부르는 이 전략이 잘 들어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효과가 아니더라도 흑자를 계속 낼지, 스튜디오지니가 드라마 히트작을 뻥뻥 터트리게 될지는 솔직히 두고 볼 일. 과거의 폭망 사례 때문인지(예-하이텔, 파란) 왠지 KT가 뭘 한다고 하면 불안하기도. 좋은 스토리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실행력이겠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던 KT가 그래도 뭔가 하겠다며 움직이기 시작한 건 긍정적입니다. 한때는 시총 1위 기업이었는데(1999년 시총 36조원, 현재 시총 9조원). 그 저력 좀 다시 찾아보면 안 될까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5G가 밀고, 배당이 끌고, 스토리는 뒷받침!
이 기사는 8월 16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ants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