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더 모닝'] 연수원으로 보내지는 검사들, 그곳이 '징벌방'입니까?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08:27

정진웅 차장검사. [뉴스1]

정진웅 차장검사. [뉴스1]

 안녕하세요? 오늘은 '문제 검사'나 '찍힌 검사'를 법무연수원으로 보내는 인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법무연수원은 검사, 검찰수사관, 보호직, 출입국관리직, 교정직 등 법무ㆍ검찰 공무원에 대한 교육훈련과 법무행정 발전을 위한 조사ㆍ연구업무를 담당하는 종합적인 교육ㆍ연구기관입니다. 교육훈련 분야는 법무ㆍ검찰 공무원으로서의 자질과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집합교육은 160여 개 과정 13만 명, 사이버교육은 640여 개 과정 19만명으로 연간 총 32만명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법무연수원 홈페이지에 있는 기관 소개 글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딱 봐도 중요한 일을 하는 곳 같습니다.

어제 법무부가 정진웅 차장검사를 이곳으로 발령 냈습니다. 선배 검사(한동훈 검사장)를 폭행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검사입니다. ‘폭력 검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검사 일을 맡길 수 없으니 보낼 곳을 찾다가 결국 법무연수원으로 보낸 것입니다.

이러면 법무연수원은 뭐가 됩니까? 그곳이 ‘징벌방’ 또는 ‘귀양지’입니까? 검사, 수사관, 교도관 등의 법무 공무원 교육하는 곳에 폭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검사를 보내도 되는 것입니까? '반면 교사'로 삼으라는 깊은 뜻이 있는 건가요?

정 차장처럼 범죄에 연루된 검사만 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이 권력에 밉보인 검사들을 무더기로 그곳으로 발령 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검사들도 줄줄이 그곳으로 밀려났습니다. 특수통 에이스들이 죄 다 모여 있어 서울중앙지검보다 수사력이 뛰어날 것 같다는 말도 나옵니다. 물론 수사를 할 수는 없는 곳입니다. 한동훈 검사장도 지난 6월까지 법무연수원 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법연수원에 있습니다. 연수원으로만 돌립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났는데도 '유배령'이 해제되지 않았습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한때 법무연수원 식구였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입바른 소리를 자주 하다가 그곳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 직후에 김 의원을 만났습니다. “집에 가서 교수가 됐다고 하니 아내도 좋아하더군요.” 김 의원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법무연수원으로 가면 통상 교수나 연구위원 직함을 받습니다. 그의 부인이 좌천인 것을 몰랐겠습니까? 김 의원이 특유의 너스레를 떤 것이지요.

문제 검사 또는 정권이 찍어낸 검사들을 그곳으로 몰아넣는 것은 해당 검사의 가족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아버지 어디에 계시냐”는 질문이 얼마나 부담스럽겠습니까? "법무연수원"이라고 답하는 순간에 상대가 '문제 검사' 또는 '찍힌 검사'의 자녀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예전에도 보낼 곳이 마땅치 않은 검사들을 법무연수원으로 보내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사장 승진을 막 했거나 검사장 승진이 유력시되는 검사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온통 징벌적으로 보내는 것은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그릇된 관행(적폐)을 없애고 인권을 중시한다는 정권에서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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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선고받은 정진웅, 법무연수원 발령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정진웅(53·사법연수원 29기·사진)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9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처됐다. 이 자리는 독직폭행 피해자인 한 검사장이 좌천돼 근무했던 보직이다. 후임에는 정영학(48·29기) 수원고검 인권보호관이 보임된다.

정 차장검사의 직무배제는 서울고검이 지난해 11월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한 지 9개월 만이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보통 기소를 기점으로 인사 조처 또는 직무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한참 늦었다는 취지다. “무혐의 종결 사건조차 징계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1월 법무부에 정식 공문을 보내 “정 차장검사를 직무 배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런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오히려 대검 감찰부에 정 차장검사 기소 과정이 적정한지 진상 확인을 지시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한 검사장의 경우 지난해 6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법무연수원(용인 분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처됐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던 지난 7월 29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던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팔과 어깨 등을 잡고 소파 아래로 밀어 누른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환)는 지난 12일 정 차장검사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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