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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역량 떨어진 역학추적, 방역인력부터 확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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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2000명을 돌파했지만, 아직 정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새로운 상황 전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구멍이 숭숭 뚫린 기존 방역 대책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확진자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확진자 60%, 방역망 밖에서 발생 #보건소 인력 탈진, 최소 5배 필요

그런데도 정부는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지는 않고 델타 변이 확산으로 효과가 크게 떨어진 거리두기 4단계를 찔끔찔끔 연장하는 근시안적 대책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비과학적 방역 대책을 손질하지 않으면 코로나 대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가는 엄청난 사회적 재앙을 맞을 것이다.

최근엔 백신 비접종자를 중심으로 델타 변이 감염 사례가 85%나 된다.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증가하게 마련이다. 늘어나는 중증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중증환자 병상이 있어야 하는데, 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병상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어 위태위태하다. 확진자가 단기간에 급증하는 상황이라 지금의 병상 역량은 장기간 버텨내기 어렵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규 확진자 중 보건소에서 파악하는 접촉자와 자가격리자 중에서 확진되는 비율, 즉 환자가 방역 관리망 안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이미 40% 이하로 떨어졌다. 60% 이상의 신규 확진자는 방역 관리망을 벗어나서 발생하는 깜깜이 확진자란 뜻이다. 깜깜이 감염 사례들이 당국의 감시 밖에서 최근 확진자를 크게 늘려 놓은 주범인 셈이다.

지난 10개월 측정 자료를 회귀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자. 방역관리망 내 확진자 발생 비율이 30%까지 떨어지면, 하루 7000명 선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방역 능력을 시급히 확충해 그 비율을 70%로 끌어올리면 확진자 수는 하루 300명대로 떨어지게 된다. 결국 확진자 수를 줄이려면 방역 능력을 조속히 확충해 방역관리망 내에서 발생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추적·검사·치료(3T)로 구성돼 코로나 초기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K-방역 중에서 최근 역량이 크게 떨어진 역학 추적 기능부터 신속히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역 인력부터 대폭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확진자와 접촉자를 관리하는 보건소 방역 인력을 지금의 2배 이상으로 속히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지금의 방역 인력은 지난해 말 3차 대유행 이후 확진자 수가 400명대로 줄어든 이후 지난 6월까지 몇 달씩 확진자 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수준의 인력이다. 최근 하루 확진자가 2000명 선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적어도 400명대 방역 인력의 5배는 돼야 지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확진자 수를 지금보다 더 크게 줄이려면 그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확진자의 접촉자 추적과 검사를 더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방문자가 QR 코드와 080 전화로 남기는 방문 정보는 질병관리청과 보건소 등을 오가며 행정 처리하는데 통상 2~3일이 소요된다. 휴대전화를 기초로 확보된 방문 정보를 활용해 디지털 솔루션 앱을 개발한다면 보건소 등에서 확진자가 나온 즉시 특정 장소 방문자의 휴대전화로 밀접 접촉 사실을 통보하고 신속한 검사를 유도할 수 있다. 첨단 ICT 강국의 장점을 활용해 대응 속도를 적어도 2~3일 단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약발이 떨어진 거리두기만 반복해서는 ‘길고 굵게’ 계속되는 엄청난 피해를 자영업자 등 다수 국민이 떠안게 된다. 거리두기를 단순히 재연장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약발이 떨어진 방역 정책부터 대수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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