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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 역대 최대 감소…상위 20%만 소득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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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가계 소득이 역대 최대로 줄었는데, 지출은 10년래 가장 많이 늘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벌이가 더 나빠 분배 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다.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가구당 월평균 소득 0.7% 줄어 #실질소득으로는 3% 하락 폭 #재난지원금 빠지자 ‘민낯’ 드러나 #소득 격차 ‘5분위 배율’도 악화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가구(1인 이상, 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28만7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7% 줄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2분기 기준)이다. 물가 상승분을 덜어낸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하락 폭은 3%에 이른다. 역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2분기 기준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려졌던 팍팍한 가계 살림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2분기 가계의 근로소득(전년 대비 6.5%), 사업소득(3.6%) 재산소득(59.7%) 등은 늘었지만, 정부 지원금을 포함하는 이전소득이 28.6% 급감하며 전체 소득을 끌어내렸다. 가계의 평균 월 소득은 2년 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부자만 소득 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부자만 소득 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분기 고용 호조, 자영업 업황 개선 등으로 근로소득, 사업소득 및 소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로 공적이전소득이 감소하면서 가구의 총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출은 정반대였다. 2분기 가계는 지난해보다 4% 많은 월평균 330만8000원을 썼다. 지출 증가율은 2분기 기준 2011년(5.1%) 이후 최대다. 항목별로는 교육(31.%), 보건(10.6%), 주거·수도·광열(7.8%), 음식·숙박(3.3%) 등 지출이 많이 늘었다. 경상조세(14.3%), 사회보험료(9.1%) 등 지출 부담도 컸다. 치솟는 물가와 늘어나는 세금이 가계 살림살이에 악영향을 끼쳤다.

가계 월평균 소득·지출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계 월평균 소득·지출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득이 적을수록 어려움은 더 컸다. 소득 계층별로 나눴을 때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6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가장 많이 감소(-6.3%)했다. 저소득층은 일을 하거나 재산을 불려 버는 돈(근로·사업·재산소득)보다 정부 지원(이전소득)에 많이 의존하는데, 재난지원금 공백이 그만큼 더 뚜렷이 나타났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월 924만1000원을 벌었는데, 전 계층을 통틀어 유일하게 소득이 전년 대비 1.4% 늘었다.

이에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과의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크게 나빠졌다. 올 2분기 5.59로 지난해 2분기(5.03)보다 상승했다. 2019년 2분기(5.74)만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며 악화 흐름이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세금·이자·사회보험료 등 필수 지출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양극화 지표로, 이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하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회복이 수출 대기업, 공공 관련 등 일부에서만 나타나고, 대면 소비와 내수 관련은 여전히 부진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면 소득이 늘 순 있겠지만 지속 가능하진 않다”며 “소득 기반이 계속 취약해지고 있는 양상이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어려움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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