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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잔치’ 끝나나, 코스피 3100 깨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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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증시가 19일 얼어붙었다. 코스피는 3100선이 깨졌고, 코스닥도 1000선이 무너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자산매입 축소 돌입을 시사하는 회의록이 공개되면서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19일 얼어붙었다. 코스피는 3100선이 깨졌고, 코스닥도 1000선이 무너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자산매입 축소 돌입을 시사하는 회의록이 공개되면서다. [연합뉴스]

미국 ‘돈줄 죄기’ 우려에 한국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경기 정점 우려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에다 ‘유동성 잔치’가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한꺼번에 시장을 짓눌렀다.

미Fed, 테이퍼링 시사에 ‘셀 코리아’ #외국인 8거래일간 8조원 팔아치워 #코스닥은 2.93% 급락, 1000선 깨져 #중국·일본 등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3%(61.10포인트) 내린 3097.8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3100선 아래로 밀린 건 지난 4월 1일(3087.40)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2.93% 하락한 991.15에 마감했다. 지난 6월 16일(998.49) 이후 두 달 만에 1000선을 밑돌았다.

이날 국내 주가 급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세’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300억원, 기관은 41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8거래일간 코스피에서 8조532억원을 빼갔다. 올해 들어서는 29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490억원, 기관이 1020억원가량 팔아치웠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했던 자산 시장에 미국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가시화 이슈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다우존스(-1.08%)와 S&P500(-1.07%), 나스닥(-0.89%) 등 뉴욕 3대 지수도 18일(현지 시간) 일제히 내렸다. 19일 한국뿐 아니라 일본(-1.10%), 중국(-0.57%)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 과반수는 “올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테이퍼링)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Fed는 현재 매달 국채 8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 완화(QE)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테이퍼링의 전제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기 때문이다. Fed는 인플레이션 목표치(2%)와 완전 고용이라는 목표치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지면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로 목표치를 한참 넘어섰다. 미국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94만3000명(미 노동통계국)으로 4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국 고용 상황 나아졌지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고용 상황 나아졌지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럼에도 FOMC 위원 사이에선 고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테이퍼링 돌입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는 지점이다. 지난 7월 FOMC 회의에서 위원 다수의 의견은 “최대 고용을 향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아직은 충족되지 않았다”였다. 지난달 신규 일자리도 지난 6월보다 5000명 느는 데 그치며, 증가 폭이 크게 꺾였다. 때문에 Fed가 설정한 완전 고용 목표치인 3.5% 안팎의 실업률 달성은 상당 기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직하려 자발적으로 사표를 낸 사람과 코로나19 충격으로 장기간 구직을 포기해 취업 경쟁력이 떨어진 사람도 여전히 많은 만큼 미국의 3% 실업률 달성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도 변수다.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델타 변이로 인해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며, 고용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경기 둔화 조짐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미시간대가 지난 13일 발표한 8월 미국 소비자태도지수는 70.2로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경기 회복을 견인한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약해지며 소비 심리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Fed, 8월 고용상황 좋으면 9월 테이퍼링 선언 가능성” 

일단 다음 달 3일 발표될 8월 고용 지표가 관건이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피터 엔지 선임 외환 트레이더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위원들은 테이퍼링 결정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8월 고용지표 결과에서도 호조세를 이어간다면 Fed가 9월 테이퍼링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돈줄은 죄겠지만, 기준금리 인상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Fed 위원들은 이날 회의록에서 “테이퍼링 시기와 기준금리 인상은 어떤 연관성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빨라진 테이퍼링 속도가 금리 인상 시점도 당길 수 있겠지만, 시장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금리 인상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증시는 어떻게 될까.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이슈가 본격화할 때까지 외국인 매도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당시와 비교할 때 외국인은 약 5조원가량 추가로 매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3040선까지 떨어지면 분할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산 개인 평균 12.3% 손해=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19일에도 하락하면서 7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00만명이 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울상이다. 6월 말 기준 이 회사 주식을 1% 미만 보유한 소액주주는 총 454만6497명(삼성전자 반기 보고서 기준)인데, 지난 7월부터 8조1120억원을 개인이 더 사들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5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에 삼성전자 주식을 산 개인은 평균 12.3%의 손해를 보고 있다. 개인의 상반기 평균 매수 단가인 8만3389원을 이날 삼성 전자 종가(7만3100원)와 비교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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