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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수술 중 과다출혈 사망, 성형외과 원장에 3년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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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피고인은 공장식 수술로 이렇다 할 치료 없이 골든타임을 놓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매우 높습니다”

법원 “공장식 수술, 골든타임 놓쳐” #의사, 회복되지 않은 환자 두고 퇴근

19일 오후 ‘공장식 유령수술’ 도중 숨진 고(故) 권대희씨를 수술한 병원장 장모씨에게 재판부가 한 말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군 복무 후 복학을 앞둔 20대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선고를 기다리던 권씨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울음을 터트렸다.

권씨는 2016년 안면윤곽 수술을 위해 장씨가 병원장으로 있던 성형외과를 찾았고, 수술 도중 대량 출혈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회복되지 않은 권씨를 두고 퇴근했다. 권씨는 이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25세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 소재 모 성형외과 원장 장씨에게 이날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장씨는 선고 후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은 백 번을 말씀드려도 부족하지 않다”면서도 법정구속과 관련해 “부양할 가족도 있고 해서 도망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 숨진 권씨에게 조처를 하지 않고 장시간 방치한 혐의로 2019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장씨 등은 다른 환자 수술을 이유로 권씨의 출혈 원인과 부위 확인 등 추가 조치 없이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를 지혈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와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마취과 의사 이모씨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간호조무사의 무면허 의료 행위로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동료 의사 신모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간호조무사 전모씨는 선고 유예했다.

재판부는 장씨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한 뒤 “피해자 어머니는 수술실 CC(폐쇄회로)TV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술 관계자 행적을 분까지, 심지어 초 단위까지 확인했다. 아들 사망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지난 수년간의 처절한 행적이 느껴진다”며 “피해자 어머니가 피고인의 처벌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권씨 유족은 “납득이 안 가는 판결”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권씨 어머니는 의료법 위반 혐의 일부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난 것을 두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공공연하게 유령 수술이 자행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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