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국제사회도 언론중재법 비판 " 文정권 최악 권위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신문협회(WAN-IFRA)의 뱅상 페레네 CEO. [WAN-IFRA 홈페이지]

세계신문협회(WAN-IFRA)의 뱅상 페레네 CEO. [WAN-IFRA 홈페이지]

“한국 언론중재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과정을 보며 국제사회는 놀라움과 우려를 표한다. 상정 과정은 현재 권력을 잡은 세력의 신뢰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는 경고음이다.”    

뱅상페레네 세계신문협회(WAN-IFRA)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중앙일보와 전화 및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국회 처리 과정 역시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도종환)가 19일 오후 전체위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직후, 프랑스 파리에 있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지난 12일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고 비판적 토론을 억제하려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는 요지의 WAN-IFRA의 성명서를 썼던 인물이다. 그는 통화에서 “(문체위를) 진짜 통과한 것이냐”고 물은 뒤 한숨을 쉬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이른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의 의도를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 이는 해석의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크고, 따라서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자연스럽게 위축돼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한국의 전통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국제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굉장히 심각하게 본다. WAN-IFRA가 대표하는 회원사들과 국제사회는 상정 과정을 보며 깜짝 놀랐고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됐다. 이토록 성급하게 마련된 법안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결국 자유를 억압하는 길을 열 것이다. 한국의 여당이 나라를 아프가니스탄처럼 만들려고 했다고는 보이지 않지만, 삼권분립 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에서 벗어나는 행태인 것만은 분명하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번 개정안 법안 기초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언론인 출신도 포함됐다.  
“김의겸 씨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기자였던 알베르 카뮈의 이 명언으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넘치는 것은 언제나 편안할 수 있겠으나 일에선 그렇지 않다.’ 정보와 기술의 홍수를 살고 있는 지금, 이렇게 언론을 교묘하게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페레네는 언론인 출신이지만 정부에서 일해본 경험과 균형 잡힌 시각을 평가받아 CEO에 임명됐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의 언론 담당 선임고문(senior advisor)으로 4년간 일했다. 정부의 입장도 경험한 그가 볼 때도 이번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움직임은 과도하다는 평가다.

WAN-IFRA는 1948년 세계 언론 자유 창달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뉴욕타임스(NYT)ㆍAPㆍ중앙일보ㆍ요미우리(讀賣)신문 등 3000개 이상의 전 세계 언론 매체가 회원사다. 세계 최대 규모 언론단체다. 본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에 있으며 아시아ㆍ중동을 포함해 전 세계에 지부를 두고 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