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라고? 가는 길에 죽는다" 아프간 여성의 탈레반 분노[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8.19 18:03

업데이트 2021.08.19 21:04

“탈레반에게 여성은 그저 아이 낳는 기계(children-making machine)일 뿐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20대 여성은 냉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탈레반이 여성을 어떻게 여기는지를 설명하면서다. 18일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슈구파 암스트롱(28)은 “탈레반이 인터넷을 끊을 순 있지만, 여성들의 목소리를 줄이진 못할 것”이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크게 소리치고 더 강하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암스트롱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을 빠져나와 유럽의 한 나라에 머무르고 있다.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여성 인권이 위협받는 아프간 현지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주요 지방들이 함락됐다는 소식을 듣고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며 “내가 떠나고 48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직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친지들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근황을 묻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도 SNS를 통해 성사됐다.

암스트롱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의지가 비쳤다. 중앙일보는 그의 안전을 고려해 체류 지역은 제3국으로 표기한다. 다음은 주요 문답.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앞다투어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다. 트위터 영상 갈무리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앞다투어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다. 트위터 영상 갈무리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모두 완전히 겁에 질렸다. 사람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사업장과 은행들도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현금을 뽑을 수도 없고 직장도 닫았기 때문에 가족들을 부양하지도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역사(1996~2001년 탈레반 집권)가 다시 반복될 거라는 큰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점령 후 여성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
이 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성별은 여성들뿐이다. 불행히도 여성과 소녀들이다. 내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이미 겪은 일이다.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 일할 권리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남편이든 형제든 아들이든 남성이 동반하지 않으면 이동(외출)할 권리도 없다. 탈레반에게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성을 인간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저 아이 낳는 기계일 뿐이다.

탈레반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이슬람법 안에서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자회견 당일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총에 맞아 숨졌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암스트롱은 1996년 집권 당시와 달리 취업과 교육을 허용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에 대해 “새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승인을 위한 가면”이라고 잘라 말했다.

탈레반이 ‘우린 달라졌다’고 하는데.
이 나라의 누구도 믿지 않는다. 이건 100%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탈레반은 그저 국제적 인정이 필요할 뿐이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이 수립한 새 국가명)를 받아들이게 해야 하니까. 그들은 우리나라의 이름도 바꾸고 국기도 바꾸고 모든 걸 바꾸었다. 이제 국제 사회의 인정이 필요한 거다. 탈레반은 지난 20년간 납치와 폭탄 테러, 자살 테러를 일삼아왔다. 바뀌고 싶었다면 왜 지난 20년간 바뀌지 않았는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공원에 있는 텐트 안에서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이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공원에 있는 텐트 안에서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이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지금 여성들이 학교에 갈 수는 있나.
헤라트(아프간 제3의 도시)에서 탈레반 점령 다음 날 여성들이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바로 떠나라고 했다고 한다. 대학에 가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설령 탈레반이 등교를 허용한다고 해도 여성들은 절대로 남자들과 같은 수업을 들을 수는 없을 거다. 분리해야 하니까. 또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심어져 있다. ‘내가 내일 학교에 가는 길에 죽으면 어떡하지, 내 부르카가 너무 짧아서 채찍질 당하고 맞으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다.

20년간 탈레반은 바뀌지 않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진화하고 있었다. 암스트롱도 그중 한 명으로 보였다. 암스트롱은 “탈레반이 목소리를 빼앗는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의 의지는 빼앗을 수 없다”며 “세상 모든 것을 다 빼앗는다고 하더라도 그들 앞에 서서 여성으로서의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그래서 이들에게 중요한 수단이다. 아프간 여성들은 SNS와 외신 인터뷰를 통해 탈레반 정권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암스트롱은 탈레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전했다. “어린 탈레반이라면, 억지로 잘못된 길을 가게 됐고 현혹된 것이라면, 사람들을 죽여서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나는 그저 그들에게 이것이 ‘완전한 사기(complete fraud)’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엇을 배웠든 거짓말이라고. 사람들을 죽여서 인권을 빼앗을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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