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매출액은 처음으로 1000조원대에 진입했다. 순이익은 1년 전의 3.5배로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지 1년 만에 '실적 대반전'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상반기 매출 1000조원 돌파
19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상장법인 587곳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080조58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5% 늘었다. 영업이익(91조원)과 순이익(85조원)은 같은 기간 각각 118.9%, 245.5%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2010년 연결재무제표 도입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몸집만 불린 게 아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상반기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7.88%였다. 1만원어치를 팔아 788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1년 전(2.68%)과 비교하면 5.2%포인트 높아졌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매출의 11.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빼고 봐도 실적 호조세는 뚜렷했다. 삼성전자를 뺀 올해 상반기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55.9%, 381.4% 증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저효과 덕도 있지만,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화학·철강·자동차 업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 호실적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실적 호조는 화학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화학 업종(85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약 12조원으로 1년 전(1196억원)보다 1만326% 폭증했다. 서비스업(1214.2%)과 의료정밀(556.8%), 철강금속(512.7%), 운수장비(265.4%) 등도 호조를 보였다.
기업별로는 네이버(6929%)와 LG화학(545%), 기아(506%), 포스코(446%) 등의 순이익 증가율이 높았다. 다만 기업 간 온도 차는 컸다. 업종별로 에너지 기업이 속한 전기·가스와 음식료품은 순이익이 각각 79.5%, 5.9% 줄었다.
손익계산 등이 일반 제조업과 달라 별도로 집계한 금융업에서는 증권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증권업의 상반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40% 급증했다. 보험과 은행은 각각 60%, 47% 늘었다.
코스닥 상장사 실적도 좋아졌다. 코스닥 상장사 1011곳의 상반기 매출액(108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6%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 순이익은 158% 급증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6.36%였다. 1년 전보다 3.4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전문가는 하반기에도 상장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적 증가세는 상반기보다 둔화할 조짐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경기지표 악화 등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며 "당장 3분기 실적도 눈높이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