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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원유 L당 21원 인상 확정…9월부터 우윳값 오를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르면 다음 달부터 우윳값이 오를 전망이다. 낙농진흥회가 정부의 만류에도 결국 원유(原乳) 가격을 올리면서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달 1일부터 생산된 원유 가격을 L당 947원으로 21원 올린 내용을 담은 ‘유대 조견표’를 17일 각 우유업체에 보냈다. 이에 따라 우유업체들은 이달 1∼15일 치 원유 대금을 인상된 가격으로 20일께 낙농가에 지급하게 된다. 원유 대금은 보름마다 정산한다. 그간 늘어난 생산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더는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게 낙농업계의 입장이다.

올라가는 우유 생산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라가는 우유 생산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식품 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먹거리 가격 추가 인상을 우려한 농림축산식품부가 6개월 유예해달라며 설득했지만, 낙농업계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인상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 원윳값 인상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원유 가격 인상이 확정되면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흰 우유 가격 역시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 폭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보니 내부적으로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이라며 “인상 시기와 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9월부터 우윳값 인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8년 7월20일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원유 가격 인상을 결정한 이후 약 20일 만인 8월8일 서울우유는 우유 가격 인상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되어 있다. 2021.8.18/뉴스1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되어 있다. 2021.8.18/뉴스1

익명을 요구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인상 폭과 시기는 업계 1위 서울우유의 결정을 봐야 한다”면서 “그간 물류비, 인건비 인상 등 생산비 압박 요인이 누적돼 인상 폭은 클 수 있다”고 전했다.

우유ㆍ유제품뿐만 아니라 빵ㆍ과자ㆍ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2차 가공식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이른바 원유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식품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밀크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정부, 원유가격 연동제 개편 추진 

이미 소비자 물가는 4개월 연속 전년 대비 2%대로 오르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다른 식료품 가격은 물론, 각종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국제 유가 같은 원재료 가격 상승,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 외식물가 인상 등 다른 물가 상승 요인도 즐비하다. 여기에 우윳값까지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파장이 커지자 정부 내부에서 원유가격 연동제 개편이 검토되고 있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지난 1년간 낙농업계와 논의를 해왔는데 진전이 없어, 정부가 제도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관 부처인 농식품부는 물론 기재부도 가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틀 만들기는 농식품부가 주도하지만, 물가와 재정 지원 측면도 있기 때문에 함께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우유와 유가공제품(치즈ㆍ버터 등)의 원료가 되는 원유 단가를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분에 맞춰(연동) 결정하는 제도다. 2010~2011년 구제역 파동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고, 2013년 8월 처음 시행됐다. 원가 책정을 둘러싸고 해마다 낙농ㆍ유가공업계가 극한 대립하는 걸 예방하려는 목적도 컸다.

재고는 매년 쌓여가는데 값은 오르는 우윳값 

넘치는 우유 재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넘치는 우유 재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우유 수요가 줄든 말든 생산비와 물가에 따라 원윳값이 올라가다 보니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우유 소비는 꾸준히 줄어가는 데 반해 원유 생산량과 값은 상승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

연동제 개편에 낙농가 반발은 거세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전국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등 낙농가 단체는 지난 17일“생산자 물가 폭등은 정부가 조장해놓고 힘없는 낙농 산업을 붕괴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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