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가 많은 외국인 선수, 울며 겨자먹는 구단

중앙일보

입력 2021.08.19 12:07

업데이트 2021.08.19 12:51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들이 유독 개인사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1·베네수엘라)가 가족 문제로 지난 1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키움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3·미국)은 임신 중인 아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지난달 12일 미국으로 떠났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KIA 외국인 투수였던 애런 브룩스(31·미국)는 지난 시즌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일찍 시즌을 마무리했다.

최근 KBO리그에는 '야구보다 가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경조사 휴가 제도가 생긴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선수에겐 더욱 배려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숙소에 차량 지원은 물론 마트, 식당, 병원에 아이 유치원까지 알아봐준다. 가족 문제로 본국에 다녀오고 싶다고 할 때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브룩스, 아들 웨스틴과 함께 승리 인터뷰. [연합뉴스]

브룩스, 아들 웨스틴과 함께 승리 인터뷰. [연합뉴스]

그런데 따뜻한 배려를 당연하게 여겨 남용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KBO리그에서 연차가 쌓인 외인들이 특히 더 그렇다. 올해 2년 차가 된 브룩스는 지난 9일 대마초 성분이 섞인 전자담배를 구입해 퇴단 조치됐다. 지난 시즌 한창 순위 싸움을 하던 시기에 개인사로 시즌을 마감했는데도 불구하고 재계약한 구단에 화를 끼쳤다.

브리검은 올해 KBO리그 5년 차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키움과 재계약에 실패했으나, 지난 4월 다시 키움의 제안을 받고 바로 달려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장기 이탈로 구단에 민폐가 됐다. 키움은 외인 교체카드를 다 써서 울며 겨자먹기로 브리검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외국 선수들은 KBO리그에 오길 꺼려했다. 한국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다. 분단국가라서 전쟁이 터질까봐 걱정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각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오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점점 늘었다. 그리고 이제는 대접을 바라는 '수퍼 갑'이 되고 있다.

키움 브리검 [연합뉴스]

키움 브리검 [연합뉴스]

앞으로 이런 개인사로 인한 이탈이 늘어난다면 일본 프로야구처럼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을 없애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선수는 자가격리를 해야한다. 자가격리 후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 기간까지 꽤 길다. 그 공백이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외국인 선수를 많이 뽑으면 코로나19 시대 엔트리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최근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주도권을 뺏긴 모습을 보이는데, 외국인 선수들의 돌출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계약 조항을 꼼꼼하게 체크해서 넣어야한다.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 풀리면 KBO리그 수준이 높아질 수 있지만 재정면에서 어려워 뛰어난 선수를 데려오기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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