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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아프간 국기 든 거리 시위대…탈레반 발포에 15명 사상

중앙일보

입력

아프간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들. [SNS 갈무리]

아프간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들. [SNS 갈무리]

미국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점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 시위를 벌이다 강제 해산 과정에서 1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북동부 낭가르하르주(州) 잘랄바다르시에서 아프간 국기를 든 시위대 수십명이 광장에 아프간 국기를 설치하려다 탈레반의 총격을 받았다. 통신은 이 사태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잘랄바다르 시민 수백명이 아프간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게시됐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광장에서 대형 아프간 국기를 들고 있던 시위대가 총격 소리와 함께 흩어지는 모습도 등장한다. 거리에 버려진 자동차들을 바리케이드 삼아 시위를 벌이는 이도 있었다.

대형 아프간 국기를 든 시민들이 경찰의 발포 소리와 함께 흩어지고 있다. [SNS 갈무리]

대형 아프간 국기를 든 시민들이 경찰의 발포 소리와 함께 흩어지고 있다. [SNS 갈무리]

이날은 영국의 통치가 종식된 1919년 독립기념일(8월 19일)을 하루 앞둔 날로 AP통신은 시위대가 독립기념일을 맞아 탈레반의 통치에 항의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아프간 주요 도시를 장악하면서 도심에 설치된 아프간 국기를 내리고 이슬람주의 구호가 쓰여진 흰색 깃발을 게양해왔다. SNS에는 일부 시민들이 탈레반 기를 내리고 아프간 국기를 다시 게양하는 모습이 올라오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지역 통신사 기자와 다른 통신사의 카메라맨 등을 탈레반 전사가 구타하기도 했다.

탈레반 기를 내리고 아프간 국기를 게양하는 시민들. [SNS 갈무리]

탈레반 기를 내리고 아프간 국기를 게양하는 시민들. [SNS 갈무리]

탈레반이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접수한 이래 현재까지 무장 시위는 없었지만, 카불 북쪽의 판지시르 계곡에는 저항의 씨앗이 남아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곳은 2001년 미국의 침공 당시 미국과 동맹을 맺은 북부동맹 민병대의 거점으로 탈레반도 아직 장악하지 못한 상태다.

SNS에는 이 지역에 모인 탈레반 반대 세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게시됐다. 전 정부 요인인 암룰라 살레 부통령, 비스밀라 모하마디 국방장관도 모습을 드러냈다. 살레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한 이상 내가 정당성 있는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북부동맹의 전설적인 지도자 아흐마드 샤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도 나타났다.

암룰라 살레 아프가니스탄 부통령이 17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정당한 대통령 대행이라 주장하고 있다. [살레 부통령 트위터]

암룰라 살레 아프가니스탄 부통령이 17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정당한 대통령 대행이라 주장하고 있다. [살레 부통령 트위터]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수드는 탈레반과 싸우기 위한 무기와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WP에 보낸 기고문에서 "오늘 나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탈레반과 다시 싸울 준비가 된 무자헤딘 전사들과 함께 판지시르 계곡에서 글을 쓴다"며 "탈레반은 아프간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심할 여지 없이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즘의 본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탈레반은 도시 전역에 검문소를 배치하고 있다. 탈레반은 평화로운 정권 이양과 여성 인권 존중을 약속했지만, 거리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하고 무장하지 않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며칠 전 그들이 낸 성명이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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