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믿었던 ‘아프간 30만 대군’…알고보니 싱크탱크 추정치

중앙일보

입력 2021.08.19 09:06

업데이트 2021.08.19 09:43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휴가 일정을 하루 앞당겨 백악관으로 돌아와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휴가 일정을 하루 앞당겨 백악관으로 돌아와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우리는 3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군인을 훈련하고 무장했다. 이는 우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대다수보다 더 큰 규모다."

싱크탱크 보고서 숫자 그대로 인용
"군 18만 명에 경찰 약 10만 명 합쳐"
WP "30만 명 아닌 3만 명일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이야기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지만, 아프간 지도부의 무능과 부패로 무너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쓰였던 게 '30만 명'이라는 숫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군을 발표하면서도 이를 인용했다.

지난 15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CNN 인터뷰에서 "지난 4번의 정부 동안 수십억 달러를 들여 최신 장비를 갖춘 30만 명의 규모의 군대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프간군은 7만 명 정도의 탈레반에 총 한 번 못 써보고 수도 카불을 내줬다. 허수임이 드러난 것이다.

18일 미국 매체들은 '30만 대군'의 출처를 싱크탱크 보고서 등으로 지목했다. 이 수치를 백악관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무책임하게 가져다 썼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커는 실제 아프간군이 30만 명이었다면 NATO 회원국 중 터키 다음으로 많은 수준인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는 군인과 경찰을 합친 숫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영국의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올해 보고서에선 아프간 정부군의 규모를 17만8800명으로 봤다. 육군이 17만1500명, 공군 7300명이다.
여기에 '아프간 국가경찰'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9만9000명인데, 이들을 포함해 30만 명으로 추산했다는 것이다.

경찰이라고 하지만 지역 무장세력들이다. 장비와 훈련이 부족해 안전한 지역에서조차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고 IISS는 분석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각 지역의 경찰들 가운데는 정부와 휴전 중인 탈레반 세력도 포함돼 있었다.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빠르게 점령지를 늘릴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CNN은 군경을 합친 숫자조차 이른바 '유령 전사'들로 부풀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부패한 인사들이 군대와 경찰에 이름만 올려놓고 월급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 생체검증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해군분석센터(CNA)의 조너던 슈로덴 국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 출근을 했는지, 아니면 시스템에 등록만 한 건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반(SIGA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규모의 정확성뿐 아니라 '전투 의지' 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병력의 4분의 1이 교체될 정도로 아프간 군경의 이직률은 높았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전투태세를 갖출 수 없었다는 것이다.

WP는 실제 아프간 정부군의 규모가 30만은커녕, 3만 명에도 못 미 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 숫자를 계속 가져다 쓰면서 아프간 군사력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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