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16)
Q 아버지는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상속인인 엄마, 오빠와 내게 아파트 1채를 남겨주셨어요. 아버지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지만 당연히 엄마가 아파트를 상속받아 여생을 사실 거라 생각했어요. 내가 오빠에게 엄마가 아파트를 상속받도록 하자고 했더니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빠가 엄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엄마는 아파트를 오빠가 상속받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어요. 아마도 오빠가 엄마를 끝까지 모시겠다고 했겠죠. 엄마는 오빠가 그런 말을 해주기를 아주 많이 기다렸거든요. 오빠가 아버지의 아파트를 상속받아 엄마와 같이 살고 오빠 내외가 살고 있던 작은 아파트를 팔아 상속세와 엄마의 생활비로 사용하자는 오빠의 제안은 얼핏 그럴듯해 보였는데,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찬성할 수 없었어요. 말이 좋아 엄마의 노후 생활비와 의료비지 나는 오빠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까봐 그럼 아파트 매도 대금 중 반은 엄마와 내 통장에 넣어달라고 했는데 오빠는 화만 내었어요.
![최근 대법원은 무상의 상속분 양도는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상 증여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진 pxhere]](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8/19/c9b2357b-bbe5-4d54-8a39-79e36a26b1df.jpg)
최근 대법원은 무상의 상속분 양도는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상 증여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진 pxhere]
결국 상속재산이라고는 아파트 한 채만 있지만 재판까지 가서 오빠가 아파트를 상속받고 내가 상속분인 7분의 2에 상당한 대금을 오빠로부터 받는 것으로 정리되었어요. 재판 중에 엄마는 엄마의 상속분 7분의 3을 오빠에게 양도했고요. 재판은 오빠 뜻대로 마무리되었지만 오빠는 엄마를 방치했어요. 엄마는 집 보는 사람이었고,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야 할 때면 내게 엄마 입원했다는 문자만 보내고 간병은커녕 문병도 오지 않았어요. 내가 재판으로 오빠에게 받은 돈으로 엄마 병원비를 지출하고 간병하라는 뜻이죠. 어이없었지만 병약한 엄마 앞에서 자식들이 싸우는 모습 보여드리기 싫어 내가 도맡아 했어요. 엄마도 아셨을까요. 시름시름 앓다가 몇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저는 너무 속상해요. 엄마 덕분에 아파트를 상속받은 오빠는 최근에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엄마 병원비를 부담한 제게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아요. 만약 엄마가 아파트를 상속받았으면 오빠가 엄마에게 그렇게 대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무척 마음이 복잡합니다. 엄마는 당연하게도 저희에게 남긴 재산이 없지만 따지고 보면 오빠만 엄마 재산을 상속받은 것이나 다름없잖아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오빠가 상속받은 아파트는 아버지의 상속재산이었지만 오빠는 엄마의 상속분을 무상으로 양도받은 것이죠.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은 무상의 상속분 양도를 유류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 증여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6다210498 판결).
즉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유류분제도의 입법 목적과 민법 제1008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되는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의 법적 성질을 형식적·추상적으로 파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재산처분행위가 실질적인 관점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무상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른 공동상속인으로부터 상속분을 양수한 공동상속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상속분과 양수한 상속분을 합한 상속분을 가지고 상속재산분할 절차에 참여하여 그 상속분 합계액에 해당하는 상속재산을 분배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상속분에 포함된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의 가액 등을 고려할 때 상속분에 재산적 가치가 있다면 상속분 양도는 양도인과 양수인이 합의하여 재산적 이익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만약 아버지에게 다른 채무가 없었다면 어머니가 오빠에게 한 상속분 양도는 재산적 이익의 양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상속분 양도는 어머니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에서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될 수 있습니다. 즉 사례자는 오빠에게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빠가 이런 사정을 안다면 사례자에게 고생했다고 하면서 사례자가 지출한 병원비가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상당액은 지급할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