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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현민 "한진 지키기 위해 오빠 조원태 편에 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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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빠가 아니라, 그룹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난 경영성과로 평가를 받겠다.”

조현민(38) ㈜한진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언니인 조현아(46)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오빠인 조원태(45)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 당시 오빠 편을 들었다. 조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한진가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한진의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조 부사장을 서울 남대문로 사옥에서 지난 13일 만났다. 그의 사무실이 있는 21층 복도 초입에는 조부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흉상이, 그의 집무실에는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매일 만나 의논을 드리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조현민 부사장, 한진家 경영권 분쟁 후 첫 인터뷰

조현민 (주)한진 부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현민 (주)한진 부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 부사장은 “㈜한진을 제대로 키워내는 게 나의 사명”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진은 한진그룹의 뿌리다. 1945년 11월 한진상사로 출범했다. 그간은 그룹 내에서 주력사인 대한항공 등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재는 택배, 물류, 글로벌 등 크게 세 가지 사업분야를 갖고 있다. 현재 주력 사업은 택배로 전체 매출의 51%(2021년 상반기 기준)를 차지한다. 그는 "택배시장에서 14% 정도인 점유율을 2025년까지 20%대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진은 올 상반기 1조1536억원 매출에, 19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DHL·페덱스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것"  

조 부사장은 또 “㈜한진은 현재 택배회사로 많이 알려졌지만 물류나 글로벌 사업을 키우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회사가 크려면 신(新)사업과 글로벌 사업 등으로 성장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이어 “한진은 택배와 물류 등을 무기로 전 세계로 잇는 모세혈관 같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DHL이나 페덱스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한진 2021년 상반기 실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진 2021년 상반기 실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는 “외부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진에는 혁신의 DNA가 있다”고 했다. 실제 ㈜한진은 지난 2003년 일찌감치 ‘당일배송’을 시작했다. 1992년 국내 처음으로 ‘택배’ 개념을 들여온 것도 ㈜한진이었다. 특히 조 부사장이 합류한 후에는 e커머스 시장 전담조직인 ‘이로지엑스’를 신설해 e커머스 판매부터 배송까지 물류ㆍ택배 전 과정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개인 택배를 손쉽게 보낼 수 있도록 한 ‘카카오 T 플랫폼 기반 서비스’도 도입했다. 택배를 소재로 한 게임(택배왕 아일랜드)도 내놓았다.

"독불장군 이미지 탈피는 내 숙제" 

조 부사장이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공사 경영에서 배제된 것은 본인의 '갑질 논란' 때문이다. 지난 연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정에서 조 부사장은 현재 몸담고 있는 ㈜한진의 직책만 유지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조 부사장의 2018년 이른바 '물컵 갑질'을 이유로 항공사 경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갑질 논란으로 그룹 경영 일체에서 물러났고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부사장은 "일부 오해도 있긴 하지만, 제가 잘했다는 건 분명 아니다"라며 "대신 그런 과거를 넘어설 수 있는 실력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21년 현재 가장 중시 여기는 가치는 ‘팀 워크’"라고 힘줘 말했다. 독불장군식으로 일을 밀어붙이기보단, 직원 개개인이 가져오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묶어내는 일이 자신의 숙제라는 것이다.

조현민 (주)한진 부사장이 서울 중구 한진빌딩 21층 자신이 집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벽면에 걸린 사진에는 조부인 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활동 당시 모습이 담겨있다. 김성룡 기자

조현민 (주)한진 부사장이 서울 중구 한진빌딩 21층 자신이 집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벽면에 걸린 사진에는 조부인 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활동 당시 모습이 담겨있다. 김성룡 기자

"오빠나 언니보다 한진그룹 선택한 것" 

가족이나 경영권 분쟁 역시 그에게서 쉽게 떼어지지 않는 꼬리표다. 특히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다퉜던 조현아(47)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그에게 마음 아픈 부분이다. 경영권 분쟁 당시 오빠인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 일을 두고 그는 “특별히 오빠가 좋아서가 아니라,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대한항공과 친척이라 여기고 따랐던 임직원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언니인 조 전 부사장과는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 그는 “경영자로서 ㈜한진을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기업으로 키워내는 일이 목표”라고 했다. 경영자 한 사람의 ‘인치(人治)’가 아니라 시스템 경영이다. 그는 “아버지가 ‘누가 없다고 안 굴러가는 회사는 안된다’고 강조하시곤 했다”며 “새로운 실험들이 자리를 잡고 조직이 더 강해지고 있으니, 경영자 한두 사람이 없어도 ㈜한진은 혁신과 변화를 계속해 가는 기업으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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