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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맞고 쓰러진 아들…정부 움직인 아버지의 다섯달 분투

중앙일보

입력

최근 집에서 재활중인 김지용씨는 지팡이에 의지해야 걸을 수 있는 상태다. 사진 김두경씨 제공

최근 집에서 재활중인 김지용씨는 지팡이에 의지해야 걸을 수 있는 상태다. 사진 김두경씨 제공

“아들이랑…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은 50대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렸다.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구보건소가 전한 아들 김지용(26)씨 관련 소식 때문이다. 김두경(55)씨 부자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쓰러진 지용씨의 피해보상 심의 결과를 기다리던 터였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용씨가 중증환자 의료비 지원대상으로 결정됐다”고 했다. ‘인과성은 인정되기 어렵지만 이상 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면서 최대 1000만원까지 의료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김두경씨는 “최근 아이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면서 매일 걱정 속에 살았는데 심의위에서 기존 판단을 뒤집고 지원해준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AZ 맞은 뒤 쓰러진 사회초년생

김지용(오른쪽)씨가 바닷가 모래밭에서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면서 걷고 있다 .사진 김두경씨 제공

김지용(오른쪽)씨가 바닷가 모래밭에서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면서 걷고 있다 .사진 김두경씨 제공

지용씨는 지난 3월 작업치료사가 된 사회초년생이다. 그러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보름도 되지 않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직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쓰러지면서다. 재활병원 근무자였기에 우선 접종을 받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아들이 쓰러진 뒤 아버지는 휠체어에 아들을 태우고 병원을 전전했다. 팔다리 대부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들을 낫게 할 방안을 찾아 헤맸다.

몇 달간 상세 불명의 병마와 싸우던 지용씨는 최근 퇴원해 재활치료에 힘쓰고 있다. 아직 발에 감각이 완전하지 않지만,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조금씩 걷고 있다. 어눌하지만 말을 조금씩 이어갈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아버지는 발바닥에 감각이 없는 아들을 위해 매일 모래사장으로 향한다. 아들이 남들의 시선이 덜한 곳에서 바닷가 모래를 밟으며 촉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보상 신청 기각에 이의신청 

언제쯤 완치될 줄 모르는 아들의 증상을 염려하는 사이 병원비는 어느덧 2400만원을 넘어섰다. 보건당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는 지용씨 사례를 심의한 뒤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상신청을 기각했다. 백신에 의한 가능성보다 다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되는 점 등이 이유였다. 해당 경우는 심사기준에 따라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

거듭되는 상심에도 아버지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백신 접종자 가족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했다. 인천시 역학조사관에게도 도움을 청하고 관련 자료를 최대한 끌어모았다. 그렇게 질병관리청에 재심의를 신청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길 한 달 반. 부자의 바람이 이뤄졌다. 김형두 인천시 역학조사관은 “지용씨의 증상인 '밀러 피셔 증후군'은 백신 접종 뒤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경우였다”며 “지원 결정이 빨리 내려졌으면 좋았겠지만 코로나19 백신이 나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심사위원들도 자료가 부족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산재 신청’에 다시 희망 건다

인천 미추홀구 보건소는 지난 17일 김지용씨에게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 심의 결과 피해보상 심의 기준 4-1에 속하게 됐다는 결과를 전달했다. 사진 김두경씨 제공

인천 미추홀구 보건소는 지난 17일 김지용씨에게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 심의 결과 피해보상 심의 기준 4-1에 속하게 됐다는 결과를 전달했다. 사진 김두경씨 제공

위원회 결정에 따라 지용씨는 최대 1000만원까지 병원비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늘어난 병원비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버지는 곧 아들을 대신해 산업재해 신청을 하기로 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간호조무사 홍모(44)씨의 사례를 산업재해로 인정한 것에 힘을 얻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생긴 후유증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5달간 아들을 위해 힘겹게 버텨온 아버지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상태가 왔다 갔다 하는 아들을 지켜보는 게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그래도 강하게 마음을 먹고 끝까지 가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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