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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치킨집 이어 생일피자집···"미담엔 돈쭐" 아름다운 공식

중앙일보

입력

식재료 손질하는 인천 한 피자가게 점주 황진성씨. 연합뉴스

식재료 손질하는 인천 한 피자가게 점주 황진성씨. 연합뉴스

인천에 사는 30대 김종석씨는 지난 14일 집 근처 피자가게를 찾았다. 사정이 딱한 한 부모 아빠에게 공짜 피자를 줬다고 알려진 해당 가게를 직접 ‘돈쭐(돈으로 혼쭐)’ 내주기 위해서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좋은 일을 한 가게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가슴이 뭉클해져 돈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 부모 아빠 울린 30대 사장님 ‘돈쭐’난 사연

황씨 가게 배달 리뷰. 사진 배달의민족 캡처

황씨 가게 배달 리뷰. 사진 배달의민족 캡처

소비자가 돈쭐로 자영업자를 응원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돈쭐이란 미담이 들려온 가게나 사람에게 매출 상승 등 선행의 대가를 받게 하자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

최근에는 실직 후 일곱 살 딸 생일을 맞은 한 부모 아빠에게 공짜 피자를 선물한 인천의 한 피자가게가 돈쭐 대상이 됐다. 가진 돈이 571원뿐이었던 이 아빠는 “기초생활비 받는 날 피자 값을 드리겠다”며 이전에 주문한 적 있는 피자가게에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점주 황진성(32)씨는 부탁을 모른 척하지 않고 이들에게 피자를 보냈다. “부담 갖지 마시고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 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다.

이런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황씨가 운영하는 가게에는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황씨 가게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리뷰 창에는 18일 “코끝이 시큰해졌다. 좋은 분이 만들어주신 음식이라 생각하니 더 믿고 먹을 수 있다” “대가 없이 베풀 줄 아는 가게라면 정직한 장사를 할 거란 믿음에 시켜먹는다” 등과 같은 후기가 줄이었다.

황씨는 쏟아진 관심에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전에는 하루 8시간 동안 주문이 3~10건 정도 들어왔는데 최근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먼 곳에서도 가게를 찾는 손님이 이어지고 있다.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큰 관심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착한 가게 돈쭐내자”…확산하는 움직임

피자가게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피자가게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이 같은 돈쭐 사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돈쭐’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결식아동 등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가게 등에 대한 정보와 방문 후기 등이 나온다. 대부분 “우리가 이곳을 돈쭐 내줘야 한다”는 식의 글이다. 지역 맘 카페에도 동네에 있는 ‘돈쭐 대상’ 가게의 목록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 등에게 아침 김밥과 여성용품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경기도 안산시의 한 편의점 점주 정영빈(32)씨는 “이런 공지를 편의점 앞에 현수막으로 내건 후 좋은 일 한다며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5000원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던 소년 가장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준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은 주문이 급증하면서 가게가 영업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해당 가게의 배달 앱 리뷰를 살펴보면 다섯 달이 지난 최근에도 “매장 근처에 살지 않아 일부러 멀리서 찾았다. 사장님을 보고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와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이 같은 돈쭐 행렬은 소비자의 가치 소비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성향 중 하나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 등 바람직한 사회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는 돈을 쓰는 행위를 단순히 물건을 사는 정도로 인식하지 않고, 사회적 의견 표명의 수단으로 본다”며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자신의 가치관을 담아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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