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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복 벗고 칼 들었다…'팬심'에 펜싱에 빠진 20대 여성들

중앙일보

입력

20~30대가 반한 원데이 클래스 3

2020 도쿄올림픽 이후 펜싱에 관한 젊은 층이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펜싱 클럽을 찾아 일일 체험을 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우상조 기자

2020 도쿄올림픽 이후 펜싱에 관한 젊은 층이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펜싱 클럽을 찾아 일일 체험을 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우상조 기자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 젊은 층은 스마트폰과 한 몸처럼 살지만, 방구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앱으로 재밌는 놀 거리를 탐색해 체험해보고, 소셜미디어에 그 문화를 공유하는 게 그들의 일상이다. 여가 액티비티 앱 ‘프립’에 따르면 최근 펜싱‧클라이밍‧프리다이빙을 즐기는 MZ세대가 크게 늘었다. 펜싱은 2020 도쿄올림픽 특수를 타고 이용자가 급증했다. 프리다이빙은 코로나 이후 원데이 클래스 체험자가 42% 상승했다. 실내 클라이밍 이용자는 전체의 94%가 20~30대 젊은 층이다. 세 종목 모두 소셜 미디어에서 인증샷 놀이가 활발하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경험, 짜릿한 모험을 쫓는 MZ세대가 반한 새로운 놀 거리다.

나도 “할 수 있다” - 펜싱

서울 석촌동 이글펜싱클럽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는 20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전문 강사에게 기본자세와 스텝, 각종 찌르기 동작 등을 배운다. 우상조 기자

서울 석촌동 이글펜싱클럽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는 20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전문 강사에게 기본자세와 스텝, 각종 찌르기 동작 등을 배운다. 우상조 기자

펜싱은 도쿄올림픽이 낳은 최대의 수혜 종목이다. 과거 ‘비인기 종목’ ‘귀족스포츠’ ‘격투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근래 펜싱을 접한 MZ세대에게는 ‘우아하고 빠르고 재밌는 운동’으로 통한다. 서울 석촌동 ‘이글펜싱클럽’ 이효균(31) 대표는 “현재 회원의 30%가 도쿄올림픽 기간에 찾아온 신규 회원이다. 일일 체험자 80% 이상이 20대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펜싱은 뾰족한 검을 다루는 종목이어서 전용 복장과 장비가 필수다. 일일 체험자가 뽑는 펜싱의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몸에 착 달라붙는 백색의 도복과 철망으로 된 마스크, 강철 재질의 검으로 무장을 마치면 스마트폰부터 찾게 마련이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팡트(팔‧다리를 쭉 뻗어 찌르는 동작) 자세를 하며 기념사진을 남긴다.

펜싱은 공격 부위에 따라 크게 플뢰레‧에페‧사브르로 나뉜다. 초보는 대개 상체(팔과 머리 제외) 찌르기만 가능한 플뢰레부터 배운다. 신체 능력보다 두뇌 플레이가 많이 필요한 종목이어서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홍지형(27)씨는 “오상욱 선수에 반해 시작했다. 요가‧필라테스 같은 정적인 운동만 해왔는데, 찌르는 쾌감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1시간 체험에 3만원. 기본자세와 스텝, 찌르고 피하는 동작을 배운 뒤 다른 참가자와 대련을 하고 나면 순식간에 1시간이 지나간다. 1㎏이 넘는 장비를 찬 탓에 10분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한 마리 돌고래처럼 - 프리다이빙

프리다이빙은 한 번의 호흡만으로 잠수해 즐기는 스포츠다. 공기통 같은 장비 없으므로 보다 가볍고, 자유로운 몸짓이 가능하다. 심해를 독차지한 듯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 박태현 강사

프리다이빙은 한 번의 호흡만으로 잠수해 즐기는 스포츠다. 공기통 같은 장비 없으므로 보다 가볍고, 자유로운 몸짓이 가능하다. 심해를 독차지한 듯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 박태현 강사

프리다이빙은 공기통 따위의 장비 없이 맨몸으로 잠수하는 스포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AIDA(국제 프리다이빙 단체) 기준 레벨2 이상의 자격증이 있어야 제주도‧울릉도 등지의 바다로 나갈 수 있다. 원래 자격증이나 ‘해루질’ 목적의 수강생이 다수였으나, 요즘은 실내 프리다이빙 그 자체를 체험하고, 사진으로 담아가려는 젊은 층이 더 많아졌다.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극한 스포츠’로 알려졌지만, 초보도 할 수 있다. 6년 경력의 박태현(32) 강사는 “수영 실력보다 집중력과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6개월째 수업을 받고 있는 신단비(32)씨는 “아예 수영을 못했었는데, 지금은 물속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수심 26m의 잠수 풀을 갖춘 경기도 가평의 ‘K-26’이 이른바 ‘프리다이빙 성지’로 통한다. 일일 체험(10만원 안팎)은 보통 3시간으로 이뤄진다. 숨 참기와 호흡법, 물 적응, 오리발 차기 등을 배운다. 생초보도 보통 1~2시간이면 3m 가까이 내려갈 수 있단다.

물속에선 셀카 놀이가 쉽지 않으므로, 인증샷은 강사에게 맡겨야 한다. 박태현 강사처럼 600만원 상당의 수중 카메라 장비를 동원하는 강사를 만나면 인생 사진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생 사진을 위한 팁 하나. 화려한 수영복과 오리발을 준비하면 좋다. 물과 친해지고 나면 공기통 같은 장비가 없는 게 되레 장점으로 다가온다. 자유롭게 유영하며 개성 넘치는 포즈를 취할 수 있다.

아슬아슬 암벽 타기 - 클라이밍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는 인구 역시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다. 몸매 관리에 탁월하고,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백종현 기자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는 인구 역시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다. 몸매 관리에 탁월하고,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백종현 기자

암벽 타기가 더는 산악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실내 클라이밍이 생활체육으로 대중화되면서 몇 년 새 젊은 층 유입이 크게 늘었다. 인스타그램에 ‘클라이밍’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이태 전 27만개에서 현재 62만개까지 불어났다. 역동적인 동작으로 벽을 타는 젊은 동호인의 사진과 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략 300개의 실내 암벽장이 전국 곳곳에 뿌리내려 있다. 일일 강습 프로그램은 1시간에 3만원이 보통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됐다. 리드·스피드·볼더링 세 종목으로 나뉘는데, 초보는 볼더링부터 배우는 게 수순이다. 벽에 촘촘히 박힌 홀드를 이용해 3~4m 높이의 벽을 타는 종목이다. ‘더 높이’ ‘더 빠르게’가 아니라, 주어진 홀드만 이용해 완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클라이밍 세계에서는 ‘문제를 푼다’고 표현한다. 서울 논현동 ‘강남클라이밍’ 최준규(38) 강사는 “실력에 따라 난이도를 고를 수 있어 초보자도 도전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난도를 높일수록 홀드의 크기와 간격이 불규칙해진다.

클라이밍은 팔의 근력만큼 몸의 균형과 유연성이 중요하다. 덕분에 건장한 사내도 포기한 문제를 가냘픈 몸매의 여성이 척척 해내는 걸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일일 체험에 나선 조소영(25)씨는 “하면 할수록 성취감이 엄청나다. 전신을 다 동원해야 해서, 몸매 가꾸는 데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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