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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중사 숨진 다음날, 해군 부대선 "물으면 모른다 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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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12일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소속 여성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숨진 사건과 관련, 부대 내부에서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다음 날 2함대 소속 부대에서 “누가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라”는 내용의 공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부대 내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사망 사건 다음날의 단체 대화방 공지가 일종의 ‘입막음’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정문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정문 모습. [연합뉴스]

중앙일보가 입수한 공지에는 “현시점에서는 2차 피해를 막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저런 과장된, 또는 추측성 언행을 주의해주시고, 공문으로 시달된 문서를 함정별 꼭 교육해주시기 바란다”면서 “누가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시고 언론에 나오는 내용만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해군 2함대 일부 부대 공지. [독자 제공]

해군 2함대 일부 부대 공지. [독자 제공]

해당 공지를 전달받은 2함대 관계자는 “사건이 터진 이후 누가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라는 게 압박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지 내용에 포함된 ‘2차 피해’와 관련해서도 “극단적 선택 이전에 고인의 2차 피해를 막았어야 할 해군이 뒤늦게 입막음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군 본부 관계자는 “해당 공지는 지침이 아닌 전단 예하 부대 주임원사가 개인적으로 다른 주임원사 등에게 전파한 내용으로 확인됐다. 입막음 취지가 전혀 아니고 잘 모르고 부정확한 얘기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는 취지로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조의금 ‘관제 모금’ 논란도

조의금 모금 관련 공지. [독자 제공]

조의금 모금 관련 공지. [독자 제공]

2함대 사령부가 예하 부대에 조의금 모금을 독려한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반강제’ 모금을 했다는 것이다. 사고 관련 조의금 모금 계획 공지 문자에 따르면 모금 대상은 함대 전 장병 및 군무원, 모금방법은 개인희망에 의한 자율 모금이다. 계급별로 5000~7000원 기준 금액이 적혀 있고 금액 제한은 없다는 설명도 있다.

문자 수신자 중 일부는 “자율 모금 형식이지만, 부대별로 지정계좌로 입금하고 결과를 종합보고하라는 항목이 부대별로 액수를 비교하게 해 사실상 반강제적인 ‘관제모금’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2함대 내부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전체 조의금으로 군의 잘못된 대응을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면서 “미납 시 불이익 걱정도 있었다고 일부 부대에서는 문제 제기해 입금 거부 움직임도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군 본부 측은 “조의금 관련 계획을 시달한 건 맞다. 각 부대 총액을 보고하라는 뜻이었고 유족께 전달할 계획이었다. 과거에는 계급별 기준액이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사라졌고 실제로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일부 실무자가 약간의 오해 여지가 있도록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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