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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검색, 추천, 발견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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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입추가 지나 바람이 서늘해지는 주말 산속에 있는 카페를 찾았습니다. 절기를 이야기하고, 거기에 맞춰 먹을 제철 음식을 말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 깔깔대던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떠오릅니다. 오솔길을 따라 조심스레 올라오는 길은 포장이 돼 있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곳에 카페를 만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었습니다. 규모도 작지 않아 소수의 단골만으로 운영이 될 크기도 아닌데 웬걸 주차장에는 방문객들이 타고 온 차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산속 작은 카페를 찾는 사람들 #취향 비슷한 ‘소문의 네트워크’ #상권보다 소비자 평가가 중요 #‘내가 좋아하는 것’ 안목 키워야

모르시는 분들은 이 깊은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나 싶을 듯합니다만 지역 이름을 넣고 카페를 검색어로 넣으면 블로그, 인스타그램, 지도앱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보들이 스마트폰에 주르륵 나옵니다. 별점과 방문자 리뷰의 개수, 언급된 문서 수에 이르기까지 평가가 수치화돼 나타나니 그 어디 있어도 좋은 곳은 누구에게나 ‘발견되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예전 한 분 두 분이 어쩌다 오셔서 감동을 하고 자신의 지인에게 알리면 다시 다른 분이 오시던 소문의 네트워크가 이제는 데이터로 강화된 것입니다.

통상 장사는 목 좋은 곳이 우선이라 상권은 세가 비싸고 권리금까지 붙었습니다. 뜨내기손님이 많이 오는 곳은 단골을 우대하지 않아도 매출이 보장되기에 서비스의 질이 높지 않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어디를 가려 해도 먼저 가본 이들의 평가를 기준으로 고릅니다. 소비자가 서로의 감각기관을 공유하며 연대하는 집단지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선택의 우선권을 갖는 것은 단순히 형상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상향 평준화되는 경우에 비교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형식과 물질을 넘어서는 것이 요구되기 마련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은 카페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질 높은 먹거리로 제주도에서 이름을 알리고 뭍에 분점을 낸 것입니다. 카페 안 갤러리에는 수준 높은 아티스트의 전시가 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상업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간을 만들고 그 뜻을 알리기 위해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산속 깊은 장소를 고른 것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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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비자들은 청바지도 운동화도 ‘근본 브랜드’를 찾기 시작합니다. 글로벌한 재료의 공급과 생산의 아웃소싱이 디지털과 자동화를 만나면 누구나 질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평균이 높아진 세상에서 품질의 평준화를 이룬 후 사람들은 그 이상의 차원을 원하는 것입니다. 근본이란 이 일을 왜 시작했는지 묻는 것입니다. 호구지책으로 갑자기 카페를 연 사람은 커피가 좋아 수십 년을 보낸 사람과 음악이 좋아 감상의 공간을 만든 사람, 예술이 좋아 갤러리를 연 사람들과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카페인이 포함된 한 잔의 음료만 원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얻고 창작의 모티브를 얻기 위해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자명합니다. 먼저 ‘쌓기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커피를 준비하기 위해 콩을 고르고 볶고 갈아서 내리는 행위는 물론이고 그 공간에 깃들 사람들이 어떤 분들이 될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분들이 좋아할 음악과 문학과 예술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읽고 영화를 보고 작품을 감상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좋은 강연을 듣고 토론하고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 또한 물이 흐르는 것처럼 연결되며 어느덧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하게 마련입니다. 그다음엔 자연스레 연관된 정보를 찾고 더 깊은 공부한 이들과 어울리며 나름의 안목을 갖습니다. 우리는 그 대상을 취향이라, 그리고 안목을 조예라 부릅니다.

그다음에 연 카페는 각자의 취향이 녹은 공간으로 구체화하고 같은 피를 가진 사람들에게 ‘발견될’ 일만 남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천리마보다 빠른 소문의 네트워크가 같은 주파수를 가진 이들에게 당신의 조예를 알리게 될 터이니까요.

노동의 수고로움을 돕는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무한대의 정보가 원하는 만큼 제공되며 각자의 취향을 잉태하는 토양을 형성하였습니다. 언제나 취향이 있는 사람은 동류를 찾아 공감하고자 합니다.

어느 곳에 있어도 검색되고, 추천되고, 발견되는 세상이 왔습니다. 무엇보다 발견될 최종의 대상은 바로 당신의 뜻이기에 각자 발견될 준비를 충실히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