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가 되려 18개월 훈련…“올림픽 정신으로 무장한 셈”

중앙일보

입력 2021.08.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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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17년 한국 공연 장면. [사진 신시컴퍼니]

2017년 한국 공연 장면. [사진 신시컴퍼니]

1942년생부터 2015년생까지. 31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출연진이다. 마거릿 대처의 석탄산업 민영화가 한창이던 1984년 영국 북부의 탄광촌이 배경이다. 이 마을 소년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리노를 꿈꾸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원작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31일 개막
출연진 1942년생~2015년생 다양
발레는 기본, 탭댄스·곡예도 소화
박정자 “무대서 빌리 보면 눈물나”

42년생은 원로 배우 박정자. 치매를 앓는 할머니로, 어머니 잃은 손자 빌리를 감싸주는 역할이다. 2015년생 배우는 동네 꼬마 ‘리틀 보이’를 맡은 두 아역, 김민준·진석후다. ‘빌리’ 역의 김시훈·이우진·전강혁·주현준은 2009~2010년생이다. 4년 만에 한국 공연하는 ‘빌리 엘리어트’에는 이처럼 다양한 연령의 배우 58명이 출연한다. 그중 29명이 아역 배우다.

18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박정자는 “무대에서 빌리를 보면 눈물이 난다”고, 아역 배우들은 “어른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면 꽉 채워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발레뿐 아니라 탭댄스와 아크로바틱(곡예)까지 소화해야 하는 빌리들은 18개월 전에 연습을 시작했다. 길고 어려운 훈련으로 유명한 이른바 ‘빌리 스쿨’이다. 지난해 2월 오디션 후 4월 시작한 빌리 훈련은 주 5일, 매일 오후 3~9시에 체력 단련, 춤·노래 연습으로 진행됐다.

‘빌리 엘리어트’의 해외 협력연출자 사이먼 폴라드는 “첫 한 달엔 빌리가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훈련한다”고 했다. “대본의 모든 대사를 함께 논의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아역 배우들의 의견을 듣는다. 공연의 모든 것을 빌리가 장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 위 연기가 일상이 될 때까지 훈련한다. 그래야 공연 중에 긴장하거나 급해지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 혼자 연습을 시작하는 빌리들이 다른 배우들과 다 같이 무대에 서는 때는 1년 훈련을 마치고서다. 박정자는 “빌리가 올림픽 정신으로 무장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정자

박정자

할머니 역의 박정자는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다. 그는 “아이들이 빌리로 무대에 서기까지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시즌에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무대 뒤에서 빌리를 응원했다”고 했다. “화려한 의상이나 아주 유명한 배우 대신, 모두가 함께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무대다.”

현재 ‘빌리 엘리어트’를 공연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2005년 런던에서 초연돼 10년 동안 관객 525만명을 기록했다. 2007년 호주 시드니,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로 진출했고 전 세계 5개 대륙 1100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5개의 올리비에상, 10개의 토니상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전 세계 극장이 닫혔다. 해외 협력 안무가인 톰 호지슨은 “한국 무대는 희망적이다. 어려운 시기의 대형 공연이 계속된다는 자체가 관객에게 희망을 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빌리 엘리어트’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0년 초연했고 2017년엔 총 189회 공연했다. 이번 시즌은 내년 2월까지 서울 신도림동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배우·스태프가 총 200명이 넘는다. 어렵고 엄중한 시기에 큰 살림을 하면서 걱정도 되지만 안전하게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4석 또는 2석 동반과 띄어 앉기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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