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와 계약, 미국은 물량·가격 공개…한국만 꽁꽁 숨겨

중앙일보

입력 2021.08.19 00:02

업데이트 2021.08.1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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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보건복지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해 놓은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계약서. [계약서 캡처]

미국 보건복지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해 놓은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계약서. [계약서 캡처]

‘수량 3340만 회분’ ‘단위가격 16.5달러’ ‘FOB(본선인도 조건) 목적지’.

미 복지부, 홈피에 상세 내역 올려
계약 수정 사항, 허가 내용도 담겨
정부 ‘연내 4000만회분’ 허술한 계약

미국 보건복지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모더나사(社)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계약 내용 중 일부다. 당국의 허가 내용과 긴급사용승인에 따른 옵션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최초 계약 이후 수정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 1회당 3320만~3340만 회분을 12차례로 나눠 총 5억 회분을 공급받는 계약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계약서는 총 103쪽이다. 누구든 열어보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

화이자·노바백스와의 계약서도 공개돼 있다. 화이자의 경우 주요 정보는 가렸지만 가격·물량·도입시기 등이 계약서에 담겨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아스트라제네카(AZ)와의 계약서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해 놨다. 계약서에 월별 도입 일정이 정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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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한국은 딴판이다. 정부는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계약 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백신별 도입 시기와 물량이 깜깜이다. 모더나의 경우 그간 계약서에 분기별 도입 물량 정도는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7, 8월분 물량이 반 토막 나면서 ‘2021년 내 4000만 회분 공급’ 계약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어 월별·주별 물량을 그때그때 협의해 들여온다고 한다.

이처럼 느슨한 조건이다 보니 모더나가 7, 8월 물량을 지연시키거나 반 토막 내도 계약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3일 모더나 본사에 대표단까지 보냈으나 사과만 받고 구체적인 도입 물량은 확약하지 못한 채 돌아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8일 브리핑에서 “현재 연내 공급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하고 그 이후에 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분기·시기별 공급계획을 확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도입 물량과 시기도 가격과 함께 비밀 정보에 포함하자고 (기업이) 제안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공익을 위해 공개 예외를 두자고 했으면 반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지난해 7월 미국 등이 선구매를 시작할 때 한국은 (백신 구매에) 적극적인 자세가 아니었다”며 “12월에 사태가 급변하자 (서둘러) 모더나 백신을 계약했다. 당연히 계약은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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