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LS엠트론 거래대금 압류…징용배상 채권 추심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23:37

업데이트 2021.08.19 11:00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빨간 옷) 할머니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 17일 도쿄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요청서를 전달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빨간 옷) 할머니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 17일 도쿄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요청서를 전달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배상을 받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에서 패소한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 기업에서 받을 돈 8억여원을 압류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거래 대금을 국내 기업에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원의 추심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국내 현금 자산을 압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채권 추심을 통해 배상이 뤄질 경우 미쓰비시 측과 일본 정부의 격렬한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확정판결을 받고도 국내에서 찾을 수 있는 일본 기업의 재산이 없거나 현금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실제 손해배상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법원의 압류 및 추심 결정으로 실제 배상이 목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LS엠트론이 미쓰비시에 줄 돈 8억여원 압류 

18일 강제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미쓰비씨중공업이 국내 기업인 LS엠트론에 대해 보유한 물품대금 채권(債權)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을 내렸다. 이는 앞서 이달 초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1명 및 사망한 피해자 3명의 유족이 법원에 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에 따른 것이다. 18일 법원의 결정이 제3채무자인 LS엠트론에 도달했고 압류 효력이 발생했다. LS엠트론은 법원 결정의 효력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에 물품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피해자 측은 미쓰비시중공업과 거래한 국내 기업을 찾아 미쓰비시의 채권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왔다. 이번에 압류된 물품대금은 LS엠트론이 트랙터 엔진 등 부품을 구매한 뒤 미쓰미시중공업 측에 보내야 할 대금이라고 한다.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사건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에 따르면 압류 결정을 받은 채권액은 청구금액 총액을 기준으로 8억5319만여원이다. 이 금액은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4명의 손해배상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집행 비용 등을 합한 금액이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대전지법 등에도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판결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내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일본 제철의 한국 자산인 피엔알(PNR) 주식에 대한 압류 명령을 냈다. 대전지법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재산인 상표권을 압류했다. 다만 주식과 상표권은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일반적인 재산이 아니어서 특별 현금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압류와 추심이 별개 절차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반면 물품 대금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결정 명령 한 번에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금화가 쉽다.

LS 측 “미쓰비시중공업 아닌 엔진시스템과 거래” 

그러나 이번에 압류된 채권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닌 관계회사의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LS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인 LS엠트론이 법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것 맞다”며 “다만 LS엠트론이 거래하고 있는 회사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닌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이란 회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쓰비시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이 동일 회사인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다음에야 법원 통보에 대해 어떻게 따를지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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