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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맞고싶다" 3040 1만명, AZ잔여백신 싹쓸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직장인 A(39ㆍ서울 영등포구)씨는 지난 17일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을 접종했다. SNS 잔여백신 예약 서비스를 통해 예약했다. 그는 다음달 중순 mRNA 백신(화이자 또는 모더나) 접종 예약을 해둔 상태였지만 잔여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A씨는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2000명씩 나와서 불안했는데, 하루라도 빨리 맞는게 나을 것 같아서 잔여백신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으려면 9월 중순 1차 접종을 하는데 6주 간격으로 늘어나서 10월 말에나 접종이 끝난다”라며 “잔여백신을 맞으면 지금 일단 1차를 맞을 수 있고 10월 초면 2차 접종이니 더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50세 이상만 맞도록 했던 AZ의 접종 연령을 만 30세 이상으로 풀었더니 A씨처럼 AZ잔여백신을 선택하는 30~40대 급증했다. 18일 코로나19예방접종추진단에 따르면 AZ 연령제한이 풀린 첫날인 17일 AZ 잔여백신을 접종한 인원은 1만1651명이었다. 이 중 30~40대는 1만6명으로 전체의 86.3%(30대 3246명, 40대가 6760명)를 차지했다.

지난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30세 이상 희망자에 한해 AZ 잔여 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30세 이상 희망자에 한해 AZ 잔여 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연합뉴스

당초 방역당국은 AZ백신은 만 50세 이상에만 접종하도록 했다. AZ의 부작용인 ‘혈소판감소성 혈전증(TTS)’이 젊은층에서 빈발한다는 보고에 따라 접종 이득과 위험을 따져 연령을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하루 확진자가 2000명대까지 치솟는 4차 대유행이 확산하면서 판단이 바뀌었다. 60~74세의 2차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AZ 잔여백신이 쏟아지는데 접종 연령이 묶여있다보니 대부분의 백신이 그대로 폐기됐다. 모더나 물량 차질로 50세 이하 접종 간격이 늘어나는 등 접종 계획도 휘청댔다. 이에 접종 인원을 늘리고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AZ 접종 연령을 30세 이상까지 끌어내렸다.

홍정익 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30세 이상 연령층은 mRNA 백신 예약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mRNA 백신을 맞을지, AZ 잔여백신을 맞을지 판단해서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잔여백신의 접근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접종 대상자가 다 맞고도 (물량에 있어)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백신이 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부분에 대해 기회를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차원으로 잔여백신 접종 연령을 30대 이상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화이자ㆍ모더나 접종을 앞둔 30~40대가 AZ를 굳이 맞을리 없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예상 외의 현상이 나타났다. 연령 제한 풀기 전인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SNS 잔여백신 예약서비스에 AZ 백신이 남아돌았다. 한데 18일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종일 잔여백신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간혹 2~3개가 표시됐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홍 팀장은 30∼40대 잔여백신 접종자가 몰린 이유로 “어떤 백신이 좋고 나쁘다는 판단보다는 알려진 이상반응에 대해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걱정이 덜한 이상반응이 무엇일지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AZ 잔여백신을 맞는 이들은 2차로는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하게 된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50세 미만 연령층은 1차로 AZ 백신을 맞은 경우 2차는 화이자 백신을 맞도록 권고해서다. 만약 AZ로 2차 접종하기 원한다면 맞을 수 있지만 보건소에 개별 연락해 접종 백신을 변경해야 한다.

홍 팀장은 “50세 미만 연령층은 AZ 백신을 접종할 경우 2차 접종은 화이자로 하는게 기본으로 돼 있다”라며 “(화이자 부작용인)심근염이나 심낭염이 걱정돼 AZ 백신을 맞고 싶으면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인이 예약하면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보건소에서 바꿔야 한다”라며 “접종일에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AZ로 변경해서 등록하는 방식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18일 잔여백신 현황. 하루종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잔여백신이 0으로 표시됐다. [네이버 캡쳐]

18일 잔여백신 현황. 하루종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잔여백신이 0으로 표시됐다. [네이버 캡쳐]

앞서 17일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는 정부가 AZ 백신 접종 연령을 30세 이상으로 풀어준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 전문위원회는 국내 이상반응 보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50세 미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은 다른 백신보다 예방효과 대비 이상사건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희망자라고 하더라도 우선으로 고려하기에는 위험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AZ의 경우 접종 후 청장년층에서 드물게 TTS가 보고됐다. 국내에선 AZ 접종자 1066만7000여명 중 3명에게서 나왔다. 0.00003% 수준이다. 한 명은 숨졌고, 나머지 2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추진단은 “AZ 백신의 안전성은 제약사 임상시험, AZ백신을 접종하는 27개국, 국제기구의 검증을 거쳐 문제가 없다”라며 “우리나라도 식약처 허가 과정을 거쳐 18세 이상 접종 가능한 것으로 허가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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